[DVD 리뷰]
인생을 아는 자의 목소리, <돈 컴 노킹: 특별판>
2006-08-07
글 : ibuti

빔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 이후 20년의 시간이 흐를 즈음 샘 셰퍼드와 새 작업을 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한다. 그러니 <돈 컴 노킹>을 <파리, 텍사스>의 후속편이라 불러 문제될 건 없다. 세상을 떠돌던 남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려고 돌아오고, 눈물을 흘리던 여자는 힘차게 세상을 헤쳐 나왔으며, 어렸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됐다. 샘 셰퍼드는 새로운 각본을 쓰면서 여전히 슬픔과 외로움을 안고 사는 이방인을 떠올렸다지만 <돈 컴 노킹>에는 옛 <파리, 텍사스>의 황량한 풍경보다 나이 든 남자의 지혜가 자리잡은 공간이 더 크다. 숨 막히는 고통을 예전에 겪은 남자들이 이윽고 삶의 양면을 두루 살피게 된 것이니, 걸음은 느리고 함부로 소리치는 법이라곤 없다. 벤더스가 더이상 <파리, 텍사스> 같은 영화를 못 만드는 게 불만인 사람이 혹시 있다면 영화를 다르게 볼 일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보이는 도로 표지판이 인생을 아는 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엔 ‘DIVIDE 1, WISDOM 52’라고 적혀 있다. 단절되고 소외되는 길은 가깝고, 지혜를 얻는 길은 그리도 멀다는 이야기다. DVD는 따로 음성해설이 없는 대신 방대한 분량의 부가영상을 자랑한다. 로케이션별 인상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촬영일자에 맞춰 기록한 ‘돈 컴 노킹과의 여행’(94분), ‘영화 초년생의 영상일기’(25분), 메이킹 필름(사진, 12분), 11개의 삭제장면(22분), 감독과 배우와의 인터뷰(15분) 등의 부록을 다 보려면 대략 3시간이 필요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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