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공포 특급 영화 <일본침몰> 흥행 뜰까
2006-08-07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일본이 가라앉는다!’ 15만명이 숨진 간토대지진(1923년)과 6300여명이 숨진 고베대지진(1995년) 등 일본 열도를 바다 속으로 끌어내릴 것 같은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 ‘일본 침몰’을 다룬 영화는 강렬한 호기심과 함께 매우 현실적인 공포감을 제공했다. 1973년 고마쓰 사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일본 침몰〉이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일본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일본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인 20억엔(170억원)을 들여 32년 만에 리메이크된 〈일본 침몰〉이 지난 7월 15일 개봉한 뒤 16일 만에 관객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일본 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극적 소재 200개 스크린 예약

한국에서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일본침몰〉이 지난 4일 일본 도쿄 도호영화사 시사실에서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다는 설정이 이웃나라인 한국에도 자극적인 소재가 되며, 이미 한국에서 한국 개봉 일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200개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이기도 하다.

일본도 지각 아래 ‘판’ 이동으로 일본 전역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난다. 미국 지질학회는 40년 안에 일본이 침몰한다고 경고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한 과학자가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아내고 잠수함 파일럿, 소방대 구조대원 등과 함께 일본을 대재앙으로부터 건져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대재앙 속 민족주의 ‘슬쩍’

〈고질라〉 조형조수로 참여한 이후 〈신세기 에반겔리온〉 등을 통해 ‘특촬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히구치 신지 감독이 제작비의 절반을 할애해 빚어낸 특수효과의 경우, 몇몇 장면이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으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산사태로 피난민들이 추락하는 장면 등에선 매끄러운 솜씨를 선보였다. 영화 속에서 미국과 중국, 한국 등 주변국이 일본 피난민을 받지 않으려고 내치는 등 영화가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살 대목도 있다. 극우성향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최근 움직임에 비추어 우려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중심주의를 설파하는 할리우드 재난영화들과 비교해 크게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어서 논란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4일 일본 도쿄 유락초 도호영화사 시사실에서 <일본침몰>의 히구치 신지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구사나기 츠요시(초난강·왼쪽)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연 구사나기 “현실땐 한국 피신”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히구치 신지 감독은 “일본 국내 묘사에 집중하다 보니 외국까지 나가 촬영할 예산이 없어 미국, 한국 등 외국의 협조 부분을 찍지 못했고, 외부(국)의 정보가 통제된 상황을 연출해 일본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려 했고 그런 점에서 의도된 측면도 있었다”고 ‘배타적 일본민족주의’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또 “(도쿄의 모리타워나 삿포로의 시계탑 등) 일본인들의 일상생활 공간이 파괴되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와는 다른 ‘실감’이 느껴졌을 것”이라며 “일본이 침몰하면 일본인들이 가장 가까운 한국으로 도망가게 될 테니, 한국 관객들도 피난민을 받는 입장에서 ‘동양적인 동질감’을 느껴줬으면 좋겠다(웃음)”고도 말했다. 한국에서는 초난강으로 알려진 지한파 주연배우 구사나기 쓰요시도 “일본이 침몰하면 한국으로 도망가겠다”고 사뭇 진지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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