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ENEF 베스트 시네마 포넷상 수상한 <전쟁영화>의 박동훈 감독
2006-08-08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영화에 힌트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지난 5월15일 개막한 2006 서울넷페스티벌이 얼마 전 경쟁부문 수상작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경쟁부문의 최고 작품상이라 할 수 있는 ‘베스트 시네마 포넷상’을 거머쥔 것은 박동훈 감독의 <전쟁영화>. 서먹하던 맞선 남녀가 전쟁이라는 공통 화제로 친해져 결혼 약조까지 하게 된다는 엉뚱한 내용의 <전쟁영화>는 6·25전쟁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발랄하게 풀어내는 화법과 60년대를 꼼꼼히 재현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35살의 박동훈 감독은 서울예대 영화과, Pratt institute of the Arts,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을 거치며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영화학도. 현재 차기작 <소녀X소녀> 편집에 바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전쟁영화>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차례를 지내러 산소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뒷좌석에서 어머니가 친척분에게 9·28 수복작전 때 염천고개를 넘어서 피난 가던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화를 처음 구상했고, 그래서 똑같은 대사가 영화 속에도 등장한다. 결정적인 힌트를 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닌데 굳이 6·25전쟁을 영화의 소재로 택한 이유가 있다면.
=현재 한국사회의 척박함,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유일한 가치로 삼는 풍조의 출발점이 바로 6·25전쟁이 아닌가 생각한다. 거대한 폭력을 일상적으로 겪은 사람들이 내상을 입고, 뒤틀리고, 입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 그렇게 왜곡된 가치관이 세대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그리고 흔히 전쟁이라고 하면 주류 매체들은 엄숙함과 경건함, ‘얼마나 고생하셨을까’류의 것들만 강조하지 않나. 나는 좀 다르게 보고 싶었다.

-전쟁을 남녀의 데이트 상황에 대입하는 형식이 독특하다.
=부모님 세대, 그리고 그 다음에 탄생한 우리 세대로 연결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맞선이라는 상황을 설정하게 됐다. 원래는 영화에 다른 버전이 하나 더 있었다. 주인공 남녀의 자식들이 등장해 땅을 갖고 싸우는 내용이 추가된 버전이었는데 고심 끝에 현재의 것을 선택하게 됐다.

-60년대 거리 모습 등 저예산영화답지 않게 탄탄한 재현이 돋보인다.
=그것 때문에 돈으로 메운 것 아니냐는 식의 오해도 많이 샀다. 들어간 제작비가 다 합해 1700만원이다. <하류시대> 세트장을 잠시 빌려 촬영했고, 사용료는 무료였다. 다방은 정말 이곳저곳을 다 뒤져서 찾아낸 곳이고, 미술하시는 분이 일일이 덧칠을 한 거다. 모두 스탭들과 배우들이 땀흘려 고생한 결과다.

-오랫동안 영화를 공부해왔는데,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나.
=그렇다. 중학교 때 혼자 명보극장에서 <아마데우스>를 봤는데 가슴앓이를 했을 만큼 모차르트의 삶을 둘러싼 모든 드라마가 소용돌이처럼 다가왔다. 영화가 주는 감동이, 정서의 힘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고 영화감독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현재 작업 중인 <소녀X소녀>는 어떤 작품인가.
=60분에서 80분 정도의 중편인데 여고생들이 주인공이다. 계층이 다른 소녀들이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는 내용으로, 화과자 세트를 열었을 때의 느낌처럼 상쾌한 영화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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