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주요 무대로 삼은 <스톰브레이커>와 <가필드2>가 세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런던이 배경으로 등장한 영화들이 새로운 건 아니다. 근래 들어서만 하더라도 <브이 포 벤데타> <다빈치 코드> <원초적 본능2> <매치포인트> 등등으로 차고 넘쳤다. 하지만 런던은 그간 촬영에 비협조적이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까탈스럽고 깐깐한 런던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역시나 짭짤한 소득과 부수입 때문이다. 정부의 영화세제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도 자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영화제작에 방점을 찍고 있다.
늘 차들로 복작거리는 피카딜리 서커스를 봉쇄하고 시민의 휴식처인 하이드파크를 기꺼이 촬영지로 개방한 <스톰브레이커>의 예는 상징적이다. 이러한 개가를 이끌어낸 산파는 필름 런던이라는 로케이션 섭외 전담 대행사다. 이곳 담당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해 동안 런던에서 촬영이 이루어진 시간을 일수로 계산하면 1만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적어도 10명 이상의 스탭으로 꾸려진 촬영팀들이 런던 곳곳에서 시시각각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빈치 코드>가 석달 동안 런던에 뿌리고 간 금액만 하더라도 3천만파운드에 달한다. 여기에 딸려오는 관광 수요까지 생각하면 여간 솔깃한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숫자놀음에 태클을 거는 주장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우선 런던이 뒤틀린 형상으로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홍차나 홀짝대는 사모님들이나 취기에 비틀대는 귀족 나리들, 껄떡대는 기생오라비들과 성격 괴팍한 의붓자매들로 넘실대는 풍경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결국 런던을 제국시대의 향수 깃든 판타지의 도시로 고착시키고 만다는 방어적 태도다. 한걸음 나아가면 런던 로케이션이 지닌 경제적 가치가 그다지 생산적이지만은 않다는 평가에 도달한다. 런던에서 만들어진 할리우드영화들 태반이 허접한 코미디들이고, 영국의 영화 스탭들은 헐값에 고용되고 있다는 것. 런던은 할리우드 3류영화의 해외 매립지로 전락하고, 영화인력은 할리우드에서 아웃소싱된 영화의 염장이 역할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와 있다. 물론 이러한 상반된 평가는 이제 갓 출발점에 서 있다. 런던을 촬영지로 삼은 영화들은 개정 조세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올 하반기부터 밀어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