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머니&시티, 돈과 사람에 대한 보고서 <돈많은 친구들>
2006-08-16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니콜 홀로페너가 쓰고 감독한 세번째 , 명색만 독립영화인 " 돈 많은 친구들" 은 앙상블 코메디라기 보다 관계를 다룬 영화로 모든 주요 인물들( 특히 주요 여성 인물들) 이 자신들의 배우자들을 통해 정의되고 있다. 이들은 웨스트 로스엔젤리스에 사는 세쌍의 커플과 한 처녀다. 패션 디자이너 제인( 프랜시스 맥도먼드) 과 아론( 사이몬 맥버니) 부부,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틴( 캐서린 키너) 과 데이빗( 제이슨 아이잭) 부부, 부유한 프래니( 조앤 큐잭) 와 마이크( 그레그 저만) 부부 그리고 아직도 남편이 없는 올리비아( 제니퍼 애니스톤). 올리비아만 혼자다. 두 저녁 식사와 집으로 가는 길의 대화를 통해 돈 많은 친구들은 그 점을 언급한다.

홀로페너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활기있게 진행하며 반복되는 반응들과 거듭되는 일들을 통해 시트콤 스타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 제목이 농담처럼 암시하듯 영화는 애니스톤이 장기 출연한 TV 시트콤의 보다 성숙한 버젼이고 여기서도 어리버리 처녀역을 맡고 있다. 홀로페너의 TV 경력을 생각할때 영화의 제목을 < 도시의 6 중주>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역주 &#8211; 홀로페너가 < 섹스 & 시티> 몇 에피소드를 감독한 적이 있음을 가리키는 말의 유희) 자신들의 젊은 친구가 중학교 교직을 관두고 가정부가 되었다는 걸 알게된 세 부부가 당혹해하는 첫 장면부터 사회계층에대한 자각이 고개를 든다.

< 돈 많은 친구들> 에는 홀로페너의 2002 년작 < 러블리 엔 어메이징>(Lovely & Amazing) 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강한 가족간의 역학이 들어있지 않다. 여성들이 이야기를 사교적으로 묶어 주고 있지만 어떻게 이들이 친구들이 되었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사건의 진행보다 < 돈 많은 친구들> 은 행동의 진부한 은유들을 바탕으로 한다. 일상은 정신병리학으로 가득 차 있다. 올리비아가 자신을 추스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일에 참견하기 바쁘다는 것, 제인은 머리도 감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거의 생을 포기했다는 것, 크리스틴은 한치 앞도 내다 보질 않아 이리저리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것이 뻔하다.

크리스틴은 홀로페너의 배우이자 분신인 키너가 연기하고 있는데 작가인 크리스틴과 데이빗의 삶이 영화에서 가장 잘 설명되고 있다 . 서로 역을 맡아 가면서 작업하는 이 둘은 컴퓨터를 통해 마주하고 있지만 더 이상 마음이 맞지 않는다. " 둘이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 같아." 둘은 변덕스런 자신들의 직업 분야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고(" 스폰지 밥을 통 이해할 수 가 없어" 라고 크리스틴은 불평한다) 별 의미 없는 일들을 시도한다. 집을 더 높게 올리는 등 자기 도취적인 행동들을 하며 왜 이웃들이 언짢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프래니와 마이크는 계속 대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서 의사소통을 한다. 당연히 영화에서 이 둘은 제일 성적으로 서로에게 맞고 순조롭게 사는 부부이다. 홀로페너의 가장 대담한 이야기의 요소가 바로 이 넉넉한 원앙새 부부를 " 돈이 있어서 더 좋지" 라는 메시지로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지위에 맞게 (큐잭의 드문 진지한 배역인) 프래니는 후하고, 올리비아의 개념없는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돌보는 성격이다. 결혼한 전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대는 올리비아는 별 개성없지만 일종의 성인군자같아서 사회 계층적 질투가 전혀 없고 만나는 남자들에게 쉽게 끌려다니는데 애니스톤도 같이 나오는 세명의 완숙한 여배우들의 열정에 딸리고 있다. 심지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를 씰룩거리는 애니스톤의 귀여움도 계속 옷을 사입는 맥버니의 타오르는 꽃미남 매력에 꺽이고 있다. ( 영화에서 가장 자만심이 요란한 그의 자기 도취는 충분히 보상받는다.)

만약 파리에 옮겨져서 아녜스 자우이가 다시 만든다면 <돈 많은 친구들 >은 좀더 익살맞고 세련되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속적이지도 않았겠지. 홀로페너의 우화적 결말도 운의 분배에대한 영화의 암울한 역설을 해소하지 않는다. <돈 많은 친구들>은 소설가 미셸 우엘벡이 거침없이 설명한 불평등을 암시한다 . "완전히 자유로운 경제 체계에서, 어떤 이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실업과 가난 속에 허덕인다. 완전 자유 섹스 체계에서 어떤 이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짜릿한 성생활을 즐기지만, 다른 이들은 자위 행위와 외로움 속에 늙어간다."

번역 이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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