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구사나기 쓰요시와 초난강 사이
2006-08-10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초대형 재난 영화 〈일본침몰〉(히구치 신지 감독)의 한국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가 있었다.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영화 홍보사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았는데, 주연배우 이름이 ‘구사나기 쓰요시’였다. 일본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이니만큼 잘나가는, 잘 알려진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게 당연할 것 같았는데 뜻밖에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배우였다.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의 멤버이자 영화 〈환생〉과 〈호텔 비너스〉에도 출연했던 배우라는 소개가 따라붙었는데도 이름이 영 낯설었다. 특히 ‘한국을 사랑하는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어 국내에서는 더욱 친근하다’라는 설명까지 읽고 나서는 “어라? 누구지?” 하는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딱 한 사람, 떠오르는 얼굴이 있기는 했는데 ‘에이…설마…아닐걸?’ 하는 심정이 컸다. 반신반의는커녕 불신전의의 심정으로 홍보사 직원에게 물었다. “구사나기 쓰요시가 초난강은 아니죠?”하지만 웬걸, 구사나기 쓰요시는 초난강이었다. 초난강이 소속돼 있는 일본 최대의 매니지먼트사인 ‘자니스’ 쪽에서 초난강이라는 한국식 발음을 절대 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던 것. 더불어 한국 기자들에게도 기자간담회장에서 그를 ‘반드시’ 구사나기 쓰요시라고 불러달라는 협조 요청이 왔다.

한국에서 초난강은 ‘한국말을 곧잘 하지만 스타일이나 하는 행동이 우스꽝스러운 B급 가수, 혹은 개그맨’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02년 한국어 싱글앨범 ‘정말 사랑해요’ 발매 때 한국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약간 어눌한 한국어 발음과 과장된 의상, 몸짓 등이 그런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스마프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한테는 사정이 좀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사실 인기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 그는 슈퍼스타다. 그가 속해 있는 아이돌 그룹 스마프는 1992년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는 절대지존 ‘기무라 다쿠야’에 이어 멤버들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축에 든다. 또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고, 한국어로 진행하는 후지텔레비전 프로그램 〈초난강 2〉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지? 일본에서는 아무도 그를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에서와는 정반대로 냉정해 보이지만 착하고 성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에서 이미지가 달라진 건, 일본에서 ‘냉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한국 팬들한테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그답지 않게 ‘오버’해서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난강의 소속사에서는 애가 탈 법도 했다. 더군다나 그는 일본침몰이라는 자뭇 심각한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일본을 구원할 희망’인 잠수함 파일럿 역을 맡았는데, ‘초난강’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영화 이미지마저 가벼워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소속사에서 그를 인지도가 높은 ‘초난강’ 대신 낯선 ‘구사나기 쓰요시’로 한국에 소개한 원인이었다. 초난강과 구사나기 쓰요시, 한 사람의 두 이름, 동일 인물의 상반된 두 이미지가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지만, 이미지 변질을 감수하면서 한국의 팬들에게 정성을 쏟는 그가 미울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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