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오만과 편견>은 원작을 잘도 농축해놓았다. 놓친 부분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각색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극의 경쾌함은 21세기형 <오만과 편견>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5시간의 리허설과 3시간의 촬영과 15번의 테이크를 거쳤다는) 두 번째 무도회 중 3분여에 이르는 유려한 싱글숏은 영화만의 쾌감을 전한다. 그러나 극장판이 속도감만을 자랑하는 건 아니다. 때때로 삽입된 시적 영상은 극의 강약을 성공적으로 조절해, 전설적인 BBC판의 팬일지라도 긴장감 넘치는 인물간 관계와 인상적인 영상을 거부하진 못할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제인 오스틴의 유명한 고전은 뛰어난 해석을 하나 더했으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작가의 삶과 달리 원작소설들은 참 복도 많다. 뛰어난 화질과 음질, 영화만큼 시원시원한 감독 음성해설이 담긴 DVD도 만족스럽다. 부록은 영화의 주제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면서도 분량은 간결한 기존 유니버설 DVD의 특성을 따른다. 화목한 현장 분위기의 기록 ‘세트 일지’(6분, 사진) 외에 ‘18세기의 연예법’(4분), 로케이션 자료영상(16분) 및 사진 모음, ‘베넷가의 사람들’(6분), ‘제인 오스틴의 삶과 시대’(8분), ‘인물들의 관계도’, ‘19세기 복장·액세서리·가구 갤러리’ 등 자료용 부록이 즐비하다. 특이한 건 ‘미국판의 또 다른 결말’이란 부록이다. 극장에서 <오만과 편견>을 본 사람이라면 DVD의 결말이 달라 의아할 텐데, 이 부록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극장 관객은 2분 정도 더 긴 미국판 영화를 보았다는 이야기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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