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4년과 비교할 때 올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편수는 50%나 증가한 상태. 작품 한편당 평균 박스오피스 성적은 8800만달러로, 2004년의 평균인 1억5천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격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CGI애니메이션의 흥행 부진이다. 2006년 현재까지 개봉한 CGI애니메이션 중 흥행 성공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작품은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6억5천만달러의 수입을 거둔 <아이스 에이지2> 한편뿐. 디즈니와 픽사 콤비가 야심차게 내놓은 <카>는 픽사의 작품 중 <벅스 라이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헷지> 역시 드림웍스의 역대 CGI애니메이션 중 두번째로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 밖에도 <마법의 회전목마> <와일드> <앤트 불리> 등 3편은 아예 흥행 참패라는 수모를 겪었다.
이처럼 최근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제작 편수 증가로 인해 개봉일이 한데로 몰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와일드>는 <아이스 에이지2> 개봉 2주 뒤 극장을 찾았고, <헷지>와 <카>는 3주 간격으로 개봉했다. 최근 7월 둘쨋주부터 3주 동안 <몬스터 하우스> <앤트 불리> <마법의 회전목마> 등 3편이 잇따라 개봉하는 등 극장가는 끊임없이 CGI애니메이션으로 북적대는 상태. 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작 편수나 개봉일자보다 독창성의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다. “말하는 동물을 내세우는 것이 어느새 공통적인 트렌드가 됐다. 똑같아 보이는 한 무더기의 애니메이션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호소력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한 배급 관계자는 말한다.
올 가을 개봉작들의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워너브러더스의 <해피 피트>, 드림웍스의 <플러시드 어웨이> 등 4편의 애니메이션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중 3편이 또다시 말하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데다가 개봉일마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는 한때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간주되어온 CGI애니메이션이 더이상 흥행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음이 2006년 박스오피스 성적을 통해 드러났으며, 올해가 지나기 전 적어도 한두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이 흥행 실패를 선고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