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판자촌에 울려퍼진 멜로디언 소리, <특별시 사람들> 촬영현장
2006-08-17
사진 : 이혜정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특별시 사람들>은 흙길과 시멘트길이 뒤섞인 오르막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하는 언덕배기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30분만 가면 양재천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있고, 타워팰리스가 뒷동산처럼 가깝게 보이지만, 마을은 철거와 재개발을 걱정해야 하는 판자촌이다. 사람 키만한 처마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보고 있노라면 한여름 열대야의 무더위가 한층 묵직하게 느껴진다. 박철웅 감독은 로케이션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어디에나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는 있게 마련 아닌가” 하고 반문했지만 시골 풍경이 떠오르는 텃밭들이 둘러서 있고, 부(富)의 상징으로 떠오른 고층 아파트가 내려다보는 이곳은 좀처럼 찾기 힘든 장소일 것이다.

신인 박철웅 감독이 연출하는 <특별시 사람들>은 슈퍼마켓 야채의 생기도 강북과는 다르다는 강남구 한복판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고 있는 가족 이야기다. 돈을 벌겠다며 집을 나갔던 맏아들 일남(조한선)은 재개발 바람을 타고 마을로 돌아왔고, 아버지(김갑수)는 그런 아들이 마뜩잖다. 성실한 모범생인 이남(서민우)은 타워팰리스에 사는 학교 친구 은영(차예련)에게 마음이 끌리고, 나이 어린 삼남(강산)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천진한 아이다. 청각장애인인 둘째 초롱(유민)은 말없이 어머니처럼 가족을 감싸안는다. 이 가족이 발붙이고 살던 판자촌은 재개발 소문이 나돌면서 분란과 갈등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주민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촬영을 해야 하는 제작진은 조심조심 목소리를 낮추고 촬영을 진행했다. 그렇더라도 카메라와 조명기는 설치하고 작동해야 하는 일이므로, 좁은 길로 자동차가 올라올 때마다 장비를 길가로 치우며 사과하고, 시시때때로 무심코 방치된 쓰레기를 수거하기에 바쁘다. 조용한 밤의 골목, 울려퍼지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김갑수와 조한선의 것이다. 아버지가 합창부실에서 늦게 돌아온 삼남에게 화를 내며 멜로디언을 패대기치자, 아버지에게 불만 많은 일남이 그 뒷모습에 대고 분통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이 가족은 어떻게 고난을 헤쳐나갈 것인가. 유독 낮게 늘어진 전봇대의 전깃줄이 가족의 앞날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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