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시절 나치 친위대로 복무했다.” <양철북>의 작가 귄터 그라스가 믿기 어려운 고백을 했다.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록 <양파 껍질>의 발매에 앞서 털어놓은 사실이다. “그 일은 내 삶에 수치심을 남겼다. 나는 죄책감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이어 그라스는 신작 <양파 껍질>을 통해 당시 경험을 낱낱이 실토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번 일로 오랫동안 비난받을 것임을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다. 나는 이 책에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그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비인간적 행위를 비판해온 좌파 평화주의자이자 독일 문학계의 지성으로 존경받아온 인물. 1999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명성이 컸던 만큼 충격 역시 크다. 독일 전체가 그라스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술렁이는 가운데, 노벨 문학상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신작을 위한 마케팅 전술이 아니냐는 설도 나돌고 있는 상태. “나를 심판하고자 하는 이들은 심판하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는 그라스. 양심적인 행위라 평가하기엔 너무 뒤늦은 고백일까.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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