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슬픈 이별을 향한 전주곡, <작별>
2006-08-24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작별>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두 자매의 이야기다. 메메와 아네따는 교통사고로 부모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는다. 영화는 사고 당시 십대 소녀였던 메메와 어린 아네따의 이후 십년간의 삶을 따라간다. 사고로 다리를 저는 언니 메메는 아네따의 엄마이자 친구가 되고 아네따는 메메의 동생이자 딸이 된다. 사랑에 상처받고 삶의 냉혹함과 대면하면서 자매는 성장한다. 여느 자매들처럼, 이들 역시 다투고 화해하며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견뎌낸다. 메메와 아네따가 조잘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은 언뜻 <팻걸>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처럼 다정한 순간은 한때의 추억이다. 시간은 흐르고 그녀들의 관계는 영원할 수 없다. <팻걸>의 결말이 비극이었듯, <작별>도 제목처럼 슬픈 이별을 예견한다.

영화는 도입부의 교통사고 장면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그저 흘러간다. 자매를 둘러싼 이야기와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는 때때로 세밀하기는 하지만 지극히 일상적이다. 시종일관 변함없는 잔잔한 분위기가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건 자매의 삶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그만큼 절제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는 메메와 아네따가 겪는 생의 행복과 불행을 지켜볼 뿐이다. 굳이 드라마틱한 자매애를 강조하거나 감동적인 메시지를 의도하지 않고도 두 소녀가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둘은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유사 모녀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이들을 유일한 ‘혈육’이라고 강조하는 대신, 이들에게서 ‘여성들의 연대’를 본다. 그래서인지 <작별>은 지나치게 심심하고 단조롭게 느껴지기는 해도, 유치한 감상과 눈물에 호소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남미의 풍경은 자매의 절제된 감정을 대신해서 표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풍요롭다.

아르헨티나 태생인 감독 에두아르도 미노냐는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마흔살이 넘어 뒤늦게 데뷔한 뒤, 그는 <가을의 태양>(1996)으로 스페인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고야상을 수상했다. 바로 다음 작품인 <작별> 역시 고야상 최우수 영화상과 몬트리올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심지어 <탈주>(2001)로 고야상 최우수 영화상 수상에 다시 한번 성공하며 스페인 내에서의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물론 알다시피, 상이 작품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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