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는 현상은 꽤 흥미롭다. 정치적 알레고리로서 대단히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된 이 영화에 관련된 글을 저널들은 몇주째 싣고 있으며(이 글 포함!), 동시에 개봉 한달도 안 돼 1천만 관객을 거느리며 흥행 질… 아니, 폭주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 4명 가운데 1명꼴로 본 셈이다. 이건 마치 괴물 장르영화를 처음 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2002년 <프릭스>가 개봉되었을 때는 그 누구도 이 영화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폐기물 먹고 거대화된 거미가 사람을 습격한다니, 푸훗, 정말 웃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DVD 음성해설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자기가 만든 영화를 두고 아예 “영화학교 같은 데 갖고 가서 분석 같은 거 하지 말고요, 팝콘이나 씹으면서 즐겨주세요~”라고 정색을 하고 이야기한다. 하긴 쟤네들은 벌써 최소한 50년 전부터 괴물과 뒹굴어왔기 때문에 이제 거대 거미쯤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할 거다. 본편을 보면 알겠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이 영화 자체가 50~60년대 방사능-거대 괴물영화에 대한 헌정이니 그럴 만도 하다. 가까운 섬나라 애들도 마찬가지다. 50년 전 <고지라>라는 무지막지하게 어깨에 힘 들어간 영화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꼬마들도 괴수라면 ‘흐흥’ 하고 돌아서서 개구리 외계인이랑 놀기 바쁘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2006년에야 괴물영화가 대중과 화해했다. 늦었다. 너무나 늦어서 막상 한강 둔치에 나타난 괴물과 만났을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반가워 흐르는 눈물 때문에 목도 좀 메이고.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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