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을 보노라면 전문지식부터 인생상담까지 없는 이야기가 없다. 지식검색은 가히 '손과 눈이 천개씩이라는 천수보살'인 듯 하다. 오프라인 상에선 고립된 이들끼리 넷상에선 엄청난 지식과 정서를 교류하며 선생이 되고 친구가 된다. <전차남>은 오타쿠 기질의 소심남이 네티즌들의 성원으로 연애에 성공했다는 2004년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의 전반은 웃기고 결말은 교훈적이다. 영화는 외로운 삶에서 벗어나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를 조목조목 가르친다. 패션, 교양, 매너, 열정, 용기 (그리고 돈)등등. 연애란 어차피 역할 극이므로 이런 것들이 필요한 것은 맞다.
<전차남>은 순진한 남자가 열과 성을 다할 때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교훈극이자, 인간은 혼자일때 보다 사랑할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가르치는 우화이기도 하다. 물론 유익한 말씀이다. 그런데 나머지 캐릭터들과 달리, '에르메스'는 너무도 이상화 되어 있다.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순수한 연애관을 가졌다는 설정도 비현실적이지만, 연애의 전과정과 전자상가에서의 재회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그의 마음의 요청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 그에게 손내밀고 그를 잡아 당긴다. 그녀는 마치 <피노키오>나 <피터팬>에 나오는 요정 같다. 소년을 성장시키기 위해, 혹은 소년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그러니까 영화는 철저하게 ‘(오타쿠 남자를 위한) 성인을 위한 동화'인 셈이다. 하기야 '삼순이' 이야기도 있으니, 그런 것도 필요하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