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수호하는 거룩한 천사님도, 영화에서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시다. 행복을 머금은 미소에 눈부신 하얀 날개를 펼치며 평온함을 주는 천사의 광휘를 발휘해야 마땅하시거늘, 이런저런 연유로 인간사에 개입하다 보니 어째 그 아우라는 사라지고, 주책만 남으셨다. 신을 배반한 루시퍼처럼 악마의 유혹에 빠지진 않더라도,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천사들. 그 문제적 천사들을 꼽아봤다.
5위는 <라벤다>의 에인젤(금성무). 날개가 부러져 아데나(진혜림)가 운영하는 아로마세러피 전문점에 추락했으면, 잘 계시다가 하늘로 올라가시면 될 것을. 괜히 옆집 남자에게서 술, 담배, 여자 꾀는 법 등을 전수받아 천사의 본분을 잊고 열심히 즐기시기만. 사랑하는 남자를 하늘로 떠나보낸 아데나의 슬픔을 뒤늦게야 어루만져주니, 이에 정상참작 5위.
4위는 <시티 오브 엔젤>의 세스(니콜라스 케이지). 인간을 사랑으로 감싸는 천사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장전문의 매기(멕 라이언)를 향한 세스의 마음은 아가페적인 사랑보다도 플라토닉과 에로스적 사랑의 결합이었던 듯. 세스 천사님, 추락을 통해 인간으로 거듭나시니. 아, 사랑이 뭐기에.
3위는 <인질>의 오렐리(홀리 헌터)와 잭슨(딜로이 린도). 이분들은 별볼일없는 인질범 로버트(이완 맥그리거)와 예쁘지만 따분한 일상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질 셀린(카메론 디아즈)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하늘나라 ‘경찰님’. 이 보십쇼, 세상사에 감이 부족해서 임무수행이 뜻대로 안 되는건 알겠는데, 주인공들보다 더 촐싹거리며 우왕좌왕하시면, 천사 체면 구깁니다! 3위!
2위는 <도그마>의 로키(맷 데이먼)와 바틀비(벤 애플렉). 천국의 계율을 어겨 인간세상으로 내쫓긴 날라리 천사들. 유배 중이라는 걸 잊었는지, 하늘로 다시 올라갈 방법을 못 찾자, 지상에서 못된 몽니만 부리신다. 하늘에서는 예수의 마지막 후예에게 이들과 함께 세상을 구원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사도를 급파하는 등 이들에 대한 뒷수습에 여념이 없다. 반항하려면, 이 정도로, 2위가 아깝지 않은 반항천사들.
1위는 <원탁의 천사>의 조폭천사(김상중). 의도는 좋다. 아들과 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감옥에서 발야구하다 죽어버린 영규(임하룡)를 보우하사, 착하신 천사님께서 2주간만 그를 사람으로 살도록 조치를 취하는데, 하필 빌린 몸이 아들과 동갑. 이 뒷처리하기도 빠듯한데, 이놈의 천사, 조폭 두목 장석조(김상중)의 몸으로 환생하시다니,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 대책없는 조폭천사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