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윤기 감독 <아주 특별한 손님> 첫 촬영현장 엿보기
2006-08-25
글 : 김소민
사진 : 이정용 (한겨레 기자)
“컷! 한번만 돌아봐” 단 하루의 따뜻한 일탈기

<SBS>와 CJ엔터테인먼트가 함께 만든 HD 영화 <어느날 갑자기> 등 한 가지 콘텐츠를 영화와 텔레비전 두 매체에 소개해 관객·시청자의 폭을 넓히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케이블채널 <KBS SKY>가 창립 5주년 기념으로 기획·투자하고 ‘에드리브나이트프로덕션’이 만드는 HD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영화 <여자, 정혜> <러브토크> 등 스산한 삶의 단면을 영상으로 제공해온 이윤기 감독의 작품으로 관심을 끈다.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가 쓴 <애드리브 나이트>가 원작이며 이윤기 감독이 각색했다.

제작사는 이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뒤 영화관에서 먼저 틀고 케이블 채널에서 내보낼 계획이다. <KBS SKY>의 최현미 피디는 “이번 기획을 시작으로 독특하고 수준 높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첫 촬영 현장을 찾아가 어떤 작품이 될지 엿봤다.

편의점부터 버스정류장까지는 채 500m도 안됐다. 그 길을 <봄의 왈츠>에 출연했던 한효주, 영화 <봄여름가을겨울>에 나왔던 김영민 등 배우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걷고 또 걸었다. 스텝 30여명은 사람들 통제하랴, 조명 설치하랴 얼굴에 피곤이 맺혔다.

<아주 특별한 손님>은 20대 평범한 여성 보경이 우연히 겪게 되는 하룻동안의 따뜻한 ‘일탈’을 다룬다. 한 시골마을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는 집나간 딸(명은)을 기다린다. 마을 청년 기용(김영민) 등은 번잡한 거리에서 우연히 명은을 닮은 보경(한효주)를 만나고 그에게 임종을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도 죽어가는 이를 위한 이 즉흥연극에 참여한다. 이날 촬영은 호기심과 서로에 대한 경계가 얽힌 그들의 첫 만남을 담았다.

“고명은이 아니라구?” “예 아니에요” “정말 아냐?” “아니라니까요.” 한효주가 두 청년을 뒤로 하고 걸어간다. “컷. 두번 돌아보면 이상해. 한번만 돌아봐.” 이윤기 감독의 조언이 이어진다. “여긴 대사가 이상한데….”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만남을, 감독은 자연스럽게 절제하며 표현하라고 주문한다. 한효주는 “20대 보경은 평범한 아이라서 연기하기 더 어렵다”고 말한다. “자기 틀을 깨고 싶지만 두렵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지만 실현할 용기가 충분한 것도 아니며, 착한 것도 아니면서 우유부단한 아이거든요. 또 나름대로 상처가 있지만 그걸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역할이에요.”

9월 2일까지 보충촬영까지 마칠 계획이니 빠듯하다. 촬영이 끝나고 곤죽이 돼 있을법한 감독은 의외로 팔팔했다. 이윤기 감독은 “다른 영화 같으면 4~5일 걸릴 촬영분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방송 <에이치디 티브이문학관>에서 나간 <내가 살았던 집>을 찍은 적이 있어 에이치디 작업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필름이랑 큰 차이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있고 절차가 간단해 짧은 기간에 많은 걸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장면은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유발해야 했어요. <여자, 정혜>나 <러브토크>도 표현이 차가웠을지 모르지만 따뜻한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이번 것은 좀더 명랑한 느낌으로 나올 것 같아요. 하지만 쓸쓸함이 묻어나지 않는 명랑함은 별로예요. 일상적이며 소박한 걸 간결하게 전달하는 이야기가 좋은데 이번 작품의 원작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죠.” 이날 촬영분은 90분에서 15분 정도를 차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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