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일까, 우연일까. 영화진흥위원회가 8월16일 발표한 ‘감독 마일리지 제작지원 사업’(이하 감독 마일리지)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예술영화 제작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감독 마일리지는 <시간> 개봉을 앞둔 김기덕 감독의 최근 발언과 <천년학>의 지원을 위해 급하게 시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 영화인은 “기존 예술영화 제작지원작 중 차질을 빚은 작품의 예산을 편입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하필 제안자였던 김기덕 감독이 <100분 토론>에 출연한 당일 공모를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영진위쪽은 “2005년부터 준비된 사업이며 예산도 지난해에 별도 책정됐다. 발표시기는 우연히 비슷해진 것”라고 반박했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지난해부터 투자와 제작에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감독 마일리지를 착상했다는 설명이다.
감독 마일리지는 해당 프로젝트 50%, 국제영화제의 수상 및 출품 경력 50%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영화제를 영진위가 등급 분류해서 평가에 반영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영진위는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를 A급으로 분류했다. 로카르노, 산세바스찬, 카를로비 바리, 모스크바, 토론토, 선댄스영화제는 B급으로 책정됐고 기타 140여개 영화제들은 C급으로 규정했다. 출품된 영화는 수상 여부, 부문, 진출 횟수에 따라 평가에서 점수를 얻는다. 이러한 계산에 따르면 현재 임권택,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김기덕 감독이 영화제 수상 및 출품 경력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어 유리한 위치에 있다. 몇몇 영화인들은 이번 사업이 “사실상 유명 감독들의 안전판 역할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영진위 관계자는 “평가와 등급은 이번에 새로 만든 게 아니고 위원회의 업무규정인 ‘국제영화제참가지원사업운영규정’을 준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예술영화 제작지원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예술영화를 연간 1편 추가로 특별지원하는 정책을 신설한다면, “당장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유명 감독이 아니라 신진 발굴에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