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M이란 이름의 자신감, <원탁의 천사>의 이민우
2006-08-31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이민우의 무대에는 항상 자신감이 가득하다. 쉬지 않고 움직일 것 같은 댄스머신. <퍼펙트 맨>을 부르던 그룹 신화 속의 모습부터 M이란 이름으로 들려주던 부드러운 발라드까지, 그에게선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작은 키임에도 우람한 상체가 더 돋보이고, “감히 개입할 수 없을 것 같은” 리듬감이 감돈다. “멤버들에게 믿음을 주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제가 어떤 일을 한다고 할 때, 멤버들은 그게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격찬을 받았던 일도 많고.” 믿음과 자신감. 어찌보면 이 두 단어는 서로에 대한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혹은 서로에 대한 동력. 실제로 그는 어떤 일이든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전쟁 같은 스케줄에 하루 정도의 휴식이 필요할 법도 한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잠도 별로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해요. 바쁜 게 좋죠.” 그래서 그가 영화 <원탁의 천사>에 출연한다는 소식도 놀랍지 않았다. 가수들의 연기 겸업이 대세이기도 하지만, 어디서도 결코 기죽을 것 같지 않은 그의 이미지가 도전이란 단어와 썩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반항아 원탁. 강하고, 차가운 느낌은 실제 그의 이미지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연예계 생활 초반의 제 이미지가 원탁이랑 비슷했어요. 접근하기 어렵고, 조금은 무서운 느낌.” 영화에서도 원탁은 시종일관 미간에 힘을 주고 소리만 지른다. 화가 나면 차를 부수고, 정학 처분에도 개의치 않는다. 아직은 그의 영화 연기가 설익었다는 느낌이다. 과도하게 들어간 힘이 자만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본인의 성격을 <논스톱5>의 캐릭터와 80% 정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퍼펙트 맨’이나 M보다는 민봉이에 가깝다는 것. “원탁의 까칠한 성격 이면에 있는 따뜻한 마음에 더 정이 갔어요. 영화도 너무 폭력적인 건 좋아하지 않거든요. <원탁의 천사>도 인간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부자간의 관계가 제 마음을 울렸죠.”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는 민봉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이민우는 어느 순간 오락 프로그램 등을 통해 따뜻한 얼굴을 보여줬다. 가끔은 망가지거나, 장난스러운 행동으로 얼굴에 함박 웃음을 피웠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제빵사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원탁의 미소처럼.

“연기요? 물론 첫 영화라 기대되고 설레기는 하죠. 하지만 저는 예전에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도 연기를 했었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갖고 부르는 거잖아요.” 이미 그에게 연기는 새로운 출발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에 출연했던 시트콤 <논스톱>이 있고 멀게는 그가 말했듯 신화의 2집 수록곡 <YO!>의 뮤직비디오가 있다. 그리고 춤. 그의 연기관을 적용하면 춤은 이민우에게 또 하나의 연기다. 중학교 시절부터 춤을 췄고 전주의 H.O.T라 불리며 온갖 행사에 불려다녔다. “학교 이름도 많이 날려주고, 저에게 춤을 배우려는 사람도 많았죠. 그냥 리듬에 몸을 맞추는 게 좋았고 새로운 걸 내가 만들어가는 게 좋았어요. 또 제가 있던 팀이 대한민국에서 짱을 먹었다는 것. 뿌듯해요. 가로등 불빛 아래서 춤을 추던 추억도 있고.” 이후 그는 모 댄스대회에 나갔다가 매니지먼트회사 SM으로부터 계약을 제안받았다. “오디션 같은 건 보러다니지 않았어요. 우연한 기회에 대회에 나가게 됐는데, 거기서 저희 옷을 보더니 H.O.T보다 예쁘다고, 어디서 났냐고 묻더라고요. 픽업된 이유가 참 웃기죠.”

하지만 그는 한때 자신의 전주 생활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서울에 올라와보니, ‘너 집 어디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게 가장 싫었어요. 그냥 창피했어요.” 단지 서울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는 사실이 철없던 그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을 그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뷔 10년차를 맞은 그는 이제 그런 사실조차 자신의 장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 제가 지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제 실제 경험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제는 정말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어요.” 믿음과 자기애로 완성된 또 하나의 자신감. 다시 한번 이민우를 댄스 머신으로 비유한다면 그의 엔진은 바로 자신감일 것이다. “제가 솔로 2집 앨범을 냈을 때, 평론가들이 매우 좋게 써주셨어요. 제 마음을 그대로 읽으셨더라고요. 저는 평론가도 제 팬으로 생각하는데, 이제야 알아주니 기뻤죠.” 그에게 M은 신화와는 다른 의미의 이미지 작업이다. ‘나’라는 하나의 무게중심을 향한. 그래서 그는 신화와 M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지레짐작으로 “솔로 활동으로 멤버들 사이가 나빠지진 않는다. 신화는 감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룹”이라고 쏘아붙인다. 이미 멤버간의 사이를 떠보는 질문에 많이 시달렸기 때문일 거다. 다시 한번 믿음과 자신감. 그래서 이민우의 미래는 흥미진진하다. 그 어떤 비판과 험담도 자신의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가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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