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누아르를 만들겠다고 나대는 세상이다. 거친 형사가 총질한다고, 멍청한 여자가 눈을 부라린다고 누아르가 만들어지는 줄 안다. 누아르의 탐정들은 암흑 속을 헤매는 자들이며, 그들의 두뇌가 명석하다 해서 사건이 풀리진 않는다. 그리고 팜므파탈이란 자연스레 태어나는 법이다. 그녀의 얼굴과 몸과 말에 남자가 정신을 잃고 함정에 빠질 때, 두 사람은 위험하고 우아한 밤의 세계로 진입한다. 그 세계가 어디 쉽게 만들어지겠나. <원초적 본능2>는 가짜 누아르가 판치는 요즘 옛 누아르의 정취를 부활시킨 영화다. 캐서린 트레멜은 어떤 면에서 선배 팜므파탈을 능가한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동정심이라곤 없는 그녀는 냉혹하고 위험하기로 역대 최강이며, 그 어두운 유혹에 샤론 스톤의 나이 든 몸매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트레멜을 돕겠다면 영화마저 거짓말을 지어낼 것 같으니 남자는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초적 본능2>를 비웃었다. 그러나 <원초적 본능2>는 낄낄거리며 웃다가도 섬뜩함을 지우지 못할 영화다. 스멀거리는 송곳과 음모가 안겨주는 전율은 가히 수준급이다. DVD는 극장판보다 몇분 긴 확장판을 수록했다는데 솔직히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감독 음성해설은 속편의 제작 배경 등을 들려주고 있으나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며, 그건 메이킹 필름에 해당하는 ‘영화 들여다보기’(11분, 사진), 9개의 삭제장면(16분), 남자의 대사가 추가된 ‘또 다른 엔딩’(1분), 샤론 스톤과 감독의 인터뷰(8분), 뮤직비디오 등의 부록도 마찬가지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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