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시리즈 다세포 소녀’의 곽지민
2006-08-31
글 : 남지은 (<한겨레> 기자)
사진 : 정용일 (<한겨레21> 선임기자)
전에는 원조교제 다음엔 IQ40 지금은 트랜스젠더예요

40부작인 〈시리즈 다세포 소녀〉(슈퍼액션, 수·목 밤 10시)에서 곽지민(22·사진)은 7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지난 24일 시사회에서 선보인 ‘어떤 그리움’편에서는 극중 꽃미남 집단 에프 포(F4)가 보는 가운데 남자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장면이 등장했다. ‘거사’를 치른 후 ‘부르르’ 떠는 능청스러움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인터넷 연재만화를 원작으로 영화와 동시에 제작된 〈시리즈 다세포 소녀〉에서 곽지민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두눈박이를 연기한다. 28명의 주인공 중 가장 예쁜 인물로 에프 포의 명진에서 스님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지만 실은 싸움도 잘하고 야한 동영상에도 즉각 ‘반응’하는 인물이다. 최근에 업데이트된 시리즈까지 다 봤을 정도로 만화의 광팬이라는 곽지민은 “두눈박이의 애환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두눈박이를 여성스럽게만 표현했고, 만화에는 가족관계나 친구 등 두눈박이가 살아온 환경을 생략했지만 전 두눈박이의 성장배경을 많이 생각했어요.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일기 형식으로 쓰다 보니 두눈박이의 심정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꽃미남에서 스님에게까지 사랑받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학생 역
주인공 되어 일기 쓰며 감정이입, 공주 되고픈데 끌리는 역은 튀네요

두눈박이가 자신을 향한 관심에 무덤덤한 이유도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두눈박이가 가진 이런 응어리를 좀 더 표현하고 싶어 두눈박이와 에프 포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고 직접 시나리오도 쓰는 중이다.

고2 때까지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는 곽지민은 어느날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어 무작정 뛰어든 것처럼 독특한 역을 주로 해왔다. 데뷔작인 〈사마리아〉에서는 원조교제를 하는 고등학생으로, 〈레드아이〉에서는 귀신을 보는 신비한 소녀로 나왔다. 첫 출연한 예능프로그램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에서도 가수 라이언을 향한 집요한 고백으로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여자가 되고 싶지만 자신의 남성성도 부정하지 않는 특이한 두눈박이도 그의 지난날과 다르지 않다. “어릴 때부터 센 역할만 하다 보니 공주처럼 잘 먹고 잘 사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들끓지만 정작 고르는 건 특이한 역할이에요.”(웃음) 가장 해보고 싶은 연기도 이런 거다. “얌전하게 생긴 여자애가 어울리지 않게 총을 들고 있거나….” 다음 작품도 “‘윌리엄스 증후군’을 앓는 아이큐 40의 소녀”다.

“기사 엉뚱하게 쓰면 때려줄 거예요.” 인터뷰 말미, 내내 조용하게 대답하던 곽지민이 고양이 같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그러고는 “〈시리즈 다세포 소녀〉를 촬영하면서 만화처럼 외눈박이를 많이 때려봤다”고 귀여운 협박까지 더한다. 예쁘장한 외모 속에 숨어 있던 씩씩함이 물꼬를 트는 순간. 영락없는 두눈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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