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화 작업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헬보이>의 현장에서는 감독과 원작자 모두 무척 즐거워 보인다. 델 토로 감독은 기본적으로 원작 만화의 열렬한 팬이었고,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 역시 전작을 통해 델 토로의 영상 세계에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델 토로는 비주얼은 원작을 가급적 충실하게 살리는 반면, 캐릭터 설정에서는 많은 변화를 주었다. 신참 요원 마이어스의 등장은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쉽게 안내하기 위한 궁리의 결과였고, 리즈와 헬보이의 로맨스 구도는 ‘이형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영화다운 독특한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각색물의 요건이 원작의 향기를 보존하되 그것이 옮겨갈 매체에 맞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라면, <헬보이>는 두 창작자의 행복했던 만남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DVD에는 이들의 즐거운 작업을 담은 메이킹 다큐 외에도 시간을 들여 볼 만한 부록이 잔뜩 들어 있다. <만화의 이해>로 유명한 만화 연구가 스콧 매클라우드는 예술로서의 만화에 관해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특강을 제공했고, 애니매틱과 스토리보드는 종이 매체가 영상 매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좀더 상세히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생략된 내용을 원작자가 직접 그린 만화와 함께 감상할 수도 있고, 시각효과나 분장, 미술에 관련된 제작과정은 기본이다. 델 토로의 전작 <블레이드2>의 DVD와 비슷하게 촬영과정을 해설한 프로덕션 워크숍은 전문가들이 참조해도 좋을 법한 수준이다. 만화 원작 영화의 모든 것을 담은 DV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 보고 나면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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