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무속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극장 개봉하는 이창재 감독
2006-09-01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7일 개봉하는 <사이에서>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다큐멘터리다. 큰 무당 이해경(50)을 오롯이 카메라 안으로 끌어온 이 98분짜리 다큐멘터리는 신과 인간의 사이에 놓인 무당의 직업적 삶과 고뇌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지난 여름, 나는 나와 다른 손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라는 감독 이창재(39·중앙대 영상대학원 교수)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서른다섯살에 신내림을 받고 무당의 길을 걸어온 이해경씨의 운명을 길게 설명하거나 애써 설득하지 않는다. 자기를 찾아온 신을 끝까지 거부려는 스물여덟 살 처녀의 안간힘과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기도 전에 신을 만난 꼬마, 30년 동안 무병을 앓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신내림을 받기 위해 찾아온 여성 등 이씨를 둘러싼 인물들과 그가 벌이는 고된 굿판이 ‘신과 인간의 중재자’라는 직함 속에 묵묵히 가둬온 겹겹 갈등과 눈물을 드러낸다.

“이해경 선생이 밥을 먹거나 장을 보는 등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은 일부러 피했어요. 방송 다큐를 찍을 때부터 인물의 사적인 부분까지 낱낱이 드러내면서 드라마를 만들어 보는 이를 설득하려는 방식이나 모든 걸 다 벗기면 진실이 나온다는 식의 교조적 시네마 베리테 경향을 경계했거든요. 무당 이해경에 대해서만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유추할 수 있기를 바랬지요.”

5년 넘게 다큐전문 방송국 ‘큐채널’에서 제작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2001년 시카고예술학교로 유학을 떠났던 이 감독은 귀국 직후 해외에서 주목받을 만한 다큐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고 무당이라는 소재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종교학자와 민속학자들에게 추천받은 무속인 60여명을 검토하면서 이해경씨도 만나게 됐다. “굿의 완성도나 예술성에서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면의 갈등이 남아 있고 또 완성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이 오히려 좋았어요.” 카메라 없이 만나고 들여다보기를 한달동안 하면서 자연스럽게 촬영을 허락받았다. “이 선생과 다투기도 엄청 많이 했죠(웃음). 한번은 제가 밥상을 엎으면서 촬영포기를 선언했고, 또 가편집본을 보면서는 이 선생이 완성을 허락할 수 없다고 더 이상의 작업을 거부하기도 했으니까요. 지금은 친구처럼 가까워졌어요.”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남아 있지만 <사이에서>를 만들며 무당의 존재가치를 믿게 됐다는 게 변한 점이다. 그러면서 무당이라는 존재에 대해 느끼게 된 애처로움도 작품 안에 녹아 있다. “목사나 사제처럼 사람들에게 인정도 못받고 신한테도 이용 당하는 미묘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이들에게는 외로움이 뼛속 깊이 박혀있어요.”

다큐 시장이 전무하다시피해 포기했던 한국에서의 개봉은 예상치 못하게 이뤄졌다. 편집본을 보여달라고 졸랐던 제자가 전주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추천을 했고, 출품 마감기한이 끝난 다음 막차를 타 ‘씨지브이 한국장편영화 개봉지원작’에 선정됐다. 이 감독은 개봉 자체보다 “모니터가 아닌 스크린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게 가장 감격스러웠다”고 “운좋은” 개봉을 기뻐했다. <사이에서>는 씨지브이 강변, 상암, 서면, 인천 등 인디영화관 네 곳에서 개봉한다.

사진 강창광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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