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첫 선
2006-09-04
글 : 문석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9월4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공지영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한 사형수와 그를 우연하게 접하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대 교수 유정(이나영)은 세번째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뒤 믿고 따르는 유일한 사람인 고모 모니카 수녀(윤여정)를 따라 서울구치소로 향한다. 사형수를 교화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모니카 수녀는 유정에게 사형수 윤수(강동원)를 소개한다. 어릴 적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유정과 삶에 대한 어떠한 의욕도 잃은 채 사형집행일만 기다리고 있는 윤수는 비슷한 처지지만 서로에게 신경질을 낸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됨에 따라 두 사람은 상대방에서 자신의 모습,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게 되고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정직한 영화다. 좋은 뜻으로 해석하면 별 다른 꾸밈없이 소담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뜻이지만, 나쁘게 보면 다소 심심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심심하다는 말은 이 영화가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진폭은 꽤나 큰 편이다. 그러나 관객의 정서를 건드리는 방식은 꽤나 심심하고 정직한 편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길을 줄곧 걸어나가며,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눈가에 물기를 자아낸다. <파이란>과 <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은 죽음을 앞둔 한 사람과 그 사람과 소통하게 된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교가 아니라 단조롭지만 진지한 태도로 다루고자 한 것 같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좀 더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지 못했다는, 또는 사형제도의 폐해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죄와 벌, 그리고 용서와 구원이라는 문제에 대해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는 등의 비판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전면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그리하여 사람이 변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까지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기는 어려울 듯하다.

--시사회 첫인상

“소년, 소녀를 만나다. 팔목을 긋는 소녀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려는 소년이 면회실에서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어쩌면 신파 같은 이야기. 다음에 이런 장면이 나올 것 같아 하면 이런 장면이 나오지만, 그렇게 뻔한 이런 장면을 보면서도 눈물을 짓게 되는 영화. 하지만 지상의 분들이 아닌 선남선녀 강동원 소년과 이나영 소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도 아쉬운 건, 눈물 폭탄의 뇌관을 눌러야할 감독은 멈칫 멈칫(이거 너무 신파 아냐, 하는 자의식?), 배우는 아슬아슬(동원 오빠, 좀 더 울려줘!). 그래도 용서는 용서를 낳는다는 오래됐지만 새삼스러운 교훈을 배우는, 사형집행자인 공무원의 아픔도 배우는 우리들의 유익한 시간!”

신윤동욱/ 한겨레21

“송해성 감독의 멜로는 잘 섞일 것 같지 않은 만남을 직선적인 대중적 감성으로, 그것도 극적으로 만나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 <파이란> 때의 루저와 외국인 노동자에 이어 이번에는 상류층 여인과 사형수를 만나게 했다. 자칫 땅에 붙지 않을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에서 눈물을 만들어내고, 그 눈물의 한줄기로 원작에서 전면에 내세웠던 사형제도 비판을 우회적으로 수용해냈다. 강동원의 나직한 에너지가 큰 보탬이 됐다.”

이성욱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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