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캠퍼스 레전드2
2001-09-11

■ Story

영화과 졸업작품 중 최고작에게 주어지는 히치콕상 수상자에게는 할리우드 직행 티켓과 함께 부와 명예가 예약되어 있다. 그러나 에이미(제니퍼 모리슨)는 아직도 시나리오의 소재를 찾지 못한 상태. 명문대학 캠퍼스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졌지만 명예실추를 두려워한 학교쪽에서 사건을 쉬쉬하며 묻어버렸다는 ‘도시괴담’을 우연히 들은 에이미는 영감을 얻어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에 산드라(제시카 코피엘), 촬영에 토비(앤슨 마운트) 등을 모으지만 곤경에 처한다. 토비는 에이미의 작품이 자신의 영화장르가 일치한다며 그만둬버리고, 산드라의 연기력은 형편없다. 영화과에서 천재라고 소문난 트래비스(매튜 데이비스)에게 부탁하여 촬영 맡을 사람을 소개받아 한숨을 돌리지만, 얼마 뒤 트래비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에이미의 영화에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 Review

<캠퍼스 레전드2>의 첫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했던 <환상특급> 극장판의 한 에피소드를 인용하며 시작된다. 비행기 날개 위의 괴물, 혹은 악령이란 ‘도시괴담’이 기내의 연쇄살인마로 연결되고, 다시 영화 속 영화 촬영장면으로 바뀐다. 이 발빠른 전환이 <캠퍼스 레전드2>의 일관된 전략이다. 소문으로 떠도는 흉흉한 괴담을 슬쩍 인용하며 깔끔한 스릴러물로 환골탈태시키는 것. 에이미는 괴담을 듣자마자 영화의 소재로 바꾸어버린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괴담들은 충분히 일어날 법한 ‘픽션’이다. 그런데 그 ‘시체’들이 무덤에서 깨어나면 어떻게 될까.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그것은 괴담이 아니라 현실의 ‘사건’이 되어버린다.

98년에 개봉한 <캠퍼스 레전드>는 당시 유행이던 10대 청춘영화의 전략에 맞추어 정통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을 밟았다.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던 ‘도시괴담’을 그대로 살인현장으로 바꾸어버리는 살인마의 행적을 따라간 것이다. 하지만 <캠퍼스 레전드2>는 공포영화에서 스릴러쪽으로 반 걸음 옮긴다. 트래비스의 자살을 믿지 않고 과거를 추적하는 트래비스의 쌍둥이 동생 트레버의 등장으로 <캠퍼스 레전드2>는 살인마의 카리스마와 ‘참상’보다 살인의 이유에 집중하게 된다. 브라이언 싱어의 <유주얼 서스펙트>와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에서 편집과 음악을 담당했던 감독 존 오트만은 <캠퍼스 레전드2>를 가벼운 10대 스릴러물로 다듬어냈다. ‘괴담’에 충실하기보다는, ‘괴담’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추었다고나 할까. 한 가지, 살인마가 쓰고 나오는 펜싱 마스크는 시리즈의 하키 마스크와 비교할 때 어떤 아우라도 없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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