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심남 연애성공 프로젝트 [1]
2006-09-06
글 : 최하나

내 이름은 전차남(電車男). 전철을 타고 집과 직장을 쳇바퀴 돌 듯 오가던 나의 대화명이야. 애니메이션과 게임에만 빠져 있던 날 사람들은 오타쿠라 부르며 기피하곤 했지. 22살이 되도록 난 철저히 혼자였어. 그런데 이런 내게도 일생일대의 찬스가 찾아왔어. 전철 안에서 꿈의 여인을 만난 거야. 그녀를 붙잡고 싶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접속했지. 한눈에 나를 사로잡은 곳은 <소심남 클럽>! 그곳에서 5명의 친구들을 만났어. 최고의 영웅이지만 정작 사랑에는 서툰 클라크(<수퍼맨 리턴즈>), 뒤늦게 첫 연애를 시작한 대학 강사 대우(<달콤, 살벌한 연인>), 자유분방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꼼꼼남 루벤(<폴리와 함께>), 거만하다는 편견 탓에 맘고생이 심한 다아시(<오만과 편견>), 늘 망설이다가 사랑하는 여자를 주위 사람에게 빼앗기는 광식이(<광식이 동생 광태>). 이들의 조언으로 나는 기적처럼 그녀와 맺어졌어. 사랑하는 여인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소심남 여러분, 더이상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도록 해. 사랑에는 기적이 가능하다는 걸 나의 이야기가 증명해보일 테니.

Stage1. 그녀를 만나다

<전차남>

전차남: 안녕, 모두들. 난 22살의 회사원. 연애 경험은 제로야. ㅠ_ㅜ 여러분들의 조언을 좀 구해도 될까? 오늘 저녁, 집에 가는 전철 안에서 완벽한 내 이상형을 발견했어. 물론, 말을 걸 용기는 없었고 쳐다보고만 있었지. 근데 갑자기 술 취한 아저씨가 그녀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거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버렸어. “그만 둬!!” 나선 것은 좋았는데 수습이 안 되더라…. OTL 다행히 경찰이 달려와 사태가 마무리됐어. 그런데 그녀가 나의 어깨를 붙잡는 거야. “사례를 하고 싶으니 연락처를 알려주시겠어요?” 아아… 너무 떨려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그녀는 내 전화번호와 주소를 수첩에 적은 뒤 사라졌어. 내게도 찬스가 찾아온 걸까? 나, 기대해도 되는 걸까…?

클라크: 전차남, 방가방가~.(^-^) 일단은 시작이 좋은걸. 여자는 언제나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는 영웅적인 남자에게 꽂히는 법이거든. 행패 부리는 녀석을 시원하게 때려눕히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조만간 연락이 올 것 같은데?
루벤: 첫 만남에 주소까지 알려주다니. 전차남, 너무 경솔한 거 아냐? 그 여자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겉으론 멀쩡하지만 알고 보면 정신이 이상하다거나, 알코올 중독이라든가, 전과가 있다거나, 불길한 가능성은 수도 없이 많아. 위험요소들을 정확히 파악해서 확률을 따져본 뒤 행동했어야지.
광식: ↑ 누가 손해보험 분석가 아니랄까봐. 너가 그렇게 갑갑하게 구니까 폴리랑 사사건건 부딪치는 거야. 때로는 계산 따위 하지 않고, 직감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랑 윤경이가 그랬어. 동아리방에서 처음 그녀를 만나는 순간, 난 바로 혼을 빼앗겨버렸지~. 물론 내색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ㅡ.ㅜ)
다아시: 광식, 설마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백을 못한 거야? 헐~. 전차남, 사실 첫인상은 중요하지 않아. 나랑 엘리자베스는 처음 만났을 때 서로를 싫어했었다고. 이제부터가 중요한 거야. 일단 호감을 얻었지만 그건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는 거니까.
대우: 전차남, 기운내! 난 서른 먹도록 여자랑 손 한번 잡아본 적 없었다고. 친구 녀석이 등 떠밀며 나 대신 데이트 신청을 해준 덕분에 나도 미나씨와 사랑이란 걸 시작하게 됐지만. 관건은 첫발을 내딛는 거야. 그녀에게 연락이 오면 꼭~!! 데이트 신청을 하도록 해. 저랑 식사나 같이 하실래요? 한마디면 OK~\(^-^)/\(^O^)/

Stage2. 데이트 신청을 하다

전차남: 그녀에게서 선물이 왔어!!!!!!! 찻잔 세트야. 그것도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HERMES라고 써 있던데…. 아무튼 황홀해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는데, 글쎄 포장지에 연락처가 적혀 있는 거야. 번호를 앞에 두고 망설이는데, 순간 대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 일단 첫발을 내디디라는 말. 그래서 전화를 걸었어. “저…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요.” “좋아요. 대신 더치페이로 하도록 해요.” 믿겨져? 나,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된 거야!!!! 너무너무 좋지만, 걱정이 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데이트. 대체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거지??!!

<광식이 동생 광태>

대우: Oh my god, 그건 에르메스야~!!!! 명품 중에 명품이라고. 그 여자, 너한테 마음이 있군~. 데이트를 할 때는 딱 하나만 명심해. 그녀의 말에 ‘집중’할 것. 난 혼자 어설프게 유머 준비하다가 딴소리하는 바람에 미나씨가 완전히 삐졌었잖아.
루벤: 너가 진심으로 에르메스(←이제 그녀 닉네임은 요거)를 잡고 싶다면 일단 모든 것을 그쪽에 맞춰야 해. 그녀가 뭘 먹고 싶다고 하면 그걸 먹고,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거길 가고. 힘들고 짜증난다 해도 말이지. 난 폴리 때문에 몸에 안 맞는 인도 음식 먹고 설사병(-_-;;) 걸려서 죽는 줄 알았지만, 그렇게 그녀와 가까워질 수 있었어.
클라크: 자자, 모습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해. 오타쿠 냄새를 싹 지워내야지. 옷을 사고, 머리를 하고, 무엇보다 안경을 벗어~!! 난 어쩔 수 없이 로이스 앞에서 안경을 걸치고 어수룩한 척 위장을 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환호하는 영웅이면 뭐해? 사랑하는 여자에게 내 본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는걸. 전차남, 난 너가 부러워.
다아시: 데이트를 할 때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너의 진심을 전하는 게 중요해. 소심남들이 대부분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잖아? 그래서 뻣뻣하게 굴고, 결국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거든. 나도 그렇게 인상이 굳어져 엘리자베스의 마음을 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웠다고.
광식: 데이트를 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너가 존경스러워. 여자들은 항상 나한테 좋은 사람이다, 오빠가 돼달라 하는 대신 이성으로서 사랑할 기회는 주지 않았거든. 전차남,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 특히 그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꼭 준비하길 바라. 난 늘 윤경이 앞에만 서면 입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거든.

Stage3. 첫 데이트를 하다

전차남: 아아… 떨림이 가라앉질 않아. 클라크 말대로 안경을 벗고 콘택트렌즈를 꼈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밤새 준비한 다음 PDA에 담았어. 그리고 사전에 조사해둔 레스토랑에 그녀를 데려갔지. 그녀는 음식이 맛있다며 생긋 웃는데, 난 얼어버렸지 뭐야. (@_@;) 그러다 간신히 용기를 냈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는 좋아하시나요?” “잘 모르는데… 추천해주시겠어요?” 그렇게 우리는 같이 비디오 대여점을 찾았어. <매트릭스>를 골라서 나오는데 어느새 밤 11시가 넘은 거야.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그녀가… 내 손을 잡았어!!!! 게다가… 나를 집에 초대하고 싶대!!!!!

<오만과 편견>

루벤: 장하다 전차남~. 집에 가면 에르메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을 거야. 어떤 라이프 스타일, 어떤 세계를 가진 사람인지 말야. 폴리가 나와는 정반대로 자유분방하고 털털한 여자라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된 건 그녀의 집을 찾아갔을 때였어.
클라크: 집이라…. 내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로이스는 이미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 난 집 밖에서 그들의 모습을 훔쳐볼 수밖에 없었어…. 집이라는 곳은 언제나 자신이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곳, 마음을 허락하는 곳이지. 그곳에 초대했다는 건 에르메스가 그만큼 널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야. 섣불리 흑심을 품었다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진정하고, 집에 가서도 반드시 깍듯하게 행동해야 해.
대우: 어쩌면 무시무시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미나씨의 비밀을 발견하게 된 것처럼. 세상에, 김치냉장고에서 사람 손가락이 나올 줄 상상이나 했겠어?!!! (づ_ど)
광식: 대우, 너 같은 케이스는 100명 중에 1명도 안 돼. 모든 여자가 미나씨처럼 위장한 킬러인 줄 알아? 괜히 전차남 겁주지 말자고. 나도 윤경이네 집 앞까지 간 적이 있었지. 안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걸 보고 바로 숨어버렸지만. 보일러가 고장났다는 소리에 숨어서 보일러까지 고치고 말야. 보답받지 못하는 소심남의 사랑이랄까~. 말하고 보니 클라크와 처지가 비슷하군. (=_=)/~
다아시: 전차남, 예상보다 훨씬 더 선전하고 있는데?! 하지만 내가 보기에 너와 에르메스는 아직도 대화가 부족해. 집에 초대받았다는 건 서로의 마음속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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