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던 서부영화는 1950년대에 총을 쥔 여성이 남성을 거느리는 혁신적인 영화를 만들었는데, 니콜라스 레이와 새뮤얼 풀러의 <자니 기타>나 <40정의 총> 같은 영화는 남자들의 심기를 거스르기 일쑤였다. 서부영화에서 총을 든 여성 캐릭터가 밝고 예쁜 얼굴로 치장된 건 아마도 루이 말의 <비바 마리아>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름다운 그녀들의 무정부적인 성향과 세상을 뒤집어보겠다는 의욕이 이후에도 간간이 이어지던 중 <밴디다스>가 나왔다. <밴디다스>는 <비바 마리아>의 가장 충실한 후예다. 다른 계급 출신인 상반된 성격의 두 여성(한명은 이름까지 같아 마리아다)이 악의 세력에 맞서 보통 사람들을 구한다는 설정에다 일정 부분 앵글로포비아적인 내용까지 끼어 있어 <비바 마리아>를 빼고 <밴디다스>를 말하기는 힘들다. 아마도 브리지트 바르도와 잔 모로도 박수치며 응원했을 것 같다. 고독과 죽음이 지배하던 서부영화가 삶과 모험에 대한 예찬으로 바뀌어 이토록 즐거우니, 남성들이 지배하는 못생긴 세상을 엎으면서도 여성성을 놓치지 않는 그들의 혁명이 쭉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DVD는 부록으로 배우들의 질펀한 웃음이 줄을 잇는 NG필름(4분), 제작 뒷이야기에 가까운 메이킹 필름(14분, 사진) 등을 담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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