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자살에 대한 욕망을 대단히 미학화하는 젠체하는 영화였다. 자살 욕구라는 것이 그리 세련된 정서도 아니거니와, 그것을 미학화하는 태도는 비윤리적이라는 생각에 몹시도 역겨웠다. <무도리>도 자살을 다룬 영화이지만, 그 질감은 판이하다. 코미디적 구성으로 감상주의적 자살욕구를 은근히 비웃고, 그것이 상업화되는 세태를 풍자하기도 하지만, 마지막엔 죽음을 대하는 윤리에 대해 어느정도 발언하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상당히 높이 사고 싶다. (사실 죽음에 대한 접근은 이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만듦새이다. 등장인물들 각각의 욕망의 변천이 다 읽히지 않을 정도로 이음새가 들뜬다. 2%보다 훨씬 많이 부족한 장면들 사이의 틈새를 관객들이 메꾸어가며 보아야 하기 때문에, 몰입이 저해되고 어느 순간 지루해진다. 그래도 보고나면 신인감독과 노배우들의 선의가 전달된다. 연결은 좀 허술하지만, 편안하게 웃고 조금 찡한 여운을 느낀다면 꽤 괜찮은 감상경험이 될 것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
씨네21
검색관련 영화
최신기사
-
[culture stage] 메리 스튜어트_Marry Said What She Said
-
[오수경의 TVIEW] Mr. 플랑크톤
-
여기 여기, 정보 담아가세요!, 노인, 장애인 관객이 알아두면 좋을 영화 활동
-
극장 에티켓은 극장에 가야 배울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용 관람이 필요한 이유
-
[인터뷰] 당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출연자 시라토리 겐지 감독 미요시 다이스케, 가와우치 아리오
-
극장은 평등하지 않다 장애인, 노인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 오늘의 영화관
-
[특집] 환영합니다, 한명도 빠짐없이 극장에 입장하세요! - 노인, 장애인 관객이 말하는 영화관 이용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극장에 필요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