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샤오강 감독의 첫 시대무협극 <야연>(夜宴)이 순회 시사회에서 보인 중국 관객의 ‘웃음폭탄’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중국식 코미디 구사에 능수능란한 펑샤오강 감독의 대작 도전 첫 영화인 <야연>은 알려진 대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가장 빛나는 <햄릿> 이야기를 차용해 중국 왕실을 배경으로 새롭게 꾸민 것이다. 다만 원작과 다른 점은 거투르드 왕비 역이랄 수 있는 황후 완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었다는 것.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엄숙한 극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거의 일정한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고, 이런 극장 분위기는 입소문을 타고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펑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해 코믹함을 보여줬던 갈우는 이 영화에서 클로디어스 왕 역이랄 수 있는 황제 리를 맡고 있는데(추측건대 그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미지 때문에), 그가 대사를 할 때마다 관객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어느 대목의 어떤 대사에서 웃어야(?) 하는지 꼼꼼히 보도하는 배려(?)를 보이기도 한다. 고난은 이뿐이 아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해 멋대로 패러디한 사진들이 인터넷상에 떠돌면서 <무극> 때부터 시작된 네티즌의 ‘패러디 비방’이 정식 극장 개봉 전부터 제작진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야연>은 소품코미디로 중국 관객에게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펑샤오강 감독의 100억원이 넘는 첫 대작 프로젝트다. “절대 무협영화는 찍지 않겠다”던 펑 감독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며 장이모와 첸카이거에 이어 중국영화의 대작 행렬에 동참했다.
이제껏 중국 블록버스터들이 그래왔듯이, 악의성 소문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14일 <야연>은 개봉 첫날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웃음폭풍이 박스오피스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이야기가 빈약하다는 비난의 소리가 있지만 이제 막 뚜껑을 열었으니 관객의 진정한 심판을 기다려봐야 할 듯. 해외라면 좀 다를 듯싶다. 펑샤오강의 전작들이 해외에 별로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갈우나 펑 감독 작품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없이 관객을 맞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