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귀여니 원작 세 번째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촬영현장
2006-09-20
글 : 장미
사진 : 오계옥

지난 9월5일 오후 롯데월드. 다정한 연인들과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일명 ‘용가리’ 인형을 뒤집어쓴 채 땀 흘리는 사람이 보였다. 차예련이었다. 통풍도 제대로 안 될 듯한 두터운 인형옷을 껴입은 그녀는 그날따라 후끈한 태양이 얄미운 모양이었다. “왜 촬영 안 해요? 더워요. 덥다고요!” 반면 시원한 푸른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등장한 장근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거동이 불편한 그녀를 줄곧 괴롭혔다. “2주 동안 지방 촬영을 하며 친해졌다”는 그의 말처럼 두 배우는 투닥거리면서도 무척 가까운 듯했다. 그 사이 스탭들 역시 나름의 애환을 겪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몰려오는 구경꾼을 통제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과 “물러나주세요”라는 고함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정원(차예련)과 밴드의 리드보컬 신은규(장근석)가 처음 만나는 신의 촬영이 꿋꿋하게 진행됐다. 이미 80%가량 촬영을 마쳤지만 오프닝신이다 보니 배우들과 감독 모두 설레는 모습이었다. “첫 촬영하는 기분이다.” <늑대의 유혹> 조감독 출신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연출을 맡은 강건향 감독이 말했다. <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에 이어 인터넷 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세 번째 영화인 <도레미파…>는 정원의 옛 남자친구 강희원(정의철)과 정원, 은규 사이의 삼각구도를 그리는 로맨스물. 강건향 감독은 “원작의 매력을 살리면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싶다”며 데뷔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두 남자가 직접 연주 실력을 뽐낼 콘서트 장면은 아직 촬영하지 않은 상태. 촬영분은 없지만 응원 겸 들렀다는 정의철은 “근석이가 기타를 꽤 잘 치더라”고 귀띔했다. <도레미파…>는 12월 개봉한다.


“여름엔 매미 소리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동시녹음기사 이지수

“여름 촬영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시끄러운 매미 소리다. 태양이 가렸거나 하면 잠시 기다릴 수 있지만, 매미가 안 울 때까지 무작정 촬영을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도레미파솔라시도> 역시 여름에 찍다보니 매미 소리가 제일 거슬린다. 동시녹음 일을 한 지는 13, 14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나는 시나리오 읽어보고 하고 싶은 영화만 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밴드하는 아이들이 나오고 노래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라서 선택하게 됐다. 오늘 촬영의 배경이 놀이동산이기 때문에 놀이기구 타면서 내는 비명이나 소음들은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지만 (가요가 흘러나오는 근처 스피커를 가리키며) 음악이 문제다. 이걸 그대로 쓸 수도 없고 쓰지도 못하니까. 조수 때부터 참여한 40∼50편의 작품 중에서는 특히 <봄날은 간다>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내가 소리 녹음을 담당했는데 허진호 감독이 보리밭 소리, 대밭 소리 등을 따로 따달라고 해서 직접 소리를 채집하기도 했다. 소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연기자들의 감정이다. 목소리가 작더라도 감정만큼은 풍부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감정선을 잘 살려 달라는 식으로 조언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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