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1월의 일요일, 600km를 달려온 두 젊은이가 쏜 네발의 총성은 캔자스에 살던 한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다. <냉혈한>은 그 사건의 기록인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영화화한 것이다. 책이 출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됐으니 제목과 반대로 사건의 더운 피가 흐를 때 찍힌 셈이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과 지독한 묘사를 따라가기엔 2시간을 약간 넘는 영화로선 역부족인 게 사실이지만, 사건의 핵심에 놓인 인물들을 각인시키는 데는 모자람이 없다. 두 살인자가 사형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마치는 <냉혈한>은 죽은 자와 죽인 자 모두 그냥 사라질 수 없는 존재임을 밝혀내고야 만다. 지상에서 빨리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드러내 보이는 것이란 걸 영화는 잊지 않았다. 변두리를 돌며 로케이션 장소를 찾아야 했던 <카포티>와 달리 사건이 일어난 장소들에 근접한 곳에서 많은 부분이 찍혔다고 전해지며 배우들도 실제 인물들과 흡사한 <냉혈한>은 죽은 여섯 사람에게 들려주는 애가에 다름 아니다. DVD는 콘래드 홀과 퀸시 존스가 만든 기막힌 영상과 음악을 만족스럽게 복원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영화의 비중에 어울리는 부록은 내놓지 못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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