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25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벌써 뜨거운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 <LA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3월에서 2월로 당겨진 2004년 이후 9월과 10월이면 아카데미를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그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아카데미를 노리고 있으면서 가을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버지들의 깃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을 다룬 <더 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숀 펜의 <모두가 왕의 부하> 등이다. 아카데미 선정위원회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기 위해 투표시한이 임박한 12월이 붐비던 예전과는 다른 광경. 그러나 9월과 10월은 블록버스터보다 중량이 떨어지지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가 개봉하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LA타임스>의 분석이다. 10월6일에 <더 퀸>을 개봉하는 미라맥스의 대표 대니얼 바트섹은 “사람들의 기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간다”고 가을 개봉 전략을 설명했다. 게다가 가을은 영화제의 계절이다. 베니스와 토론토, 산세바스찬영화제들은 아카데미를 노려볼 만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은 영화들이 처음 선보이기에 적당한 자리다. 베니스영화제 이전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에밀리오 에스테베즈의 <바비>도 영화제 상영과 동시에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토론토영화제는 감식안있는 관객과 수많은 기자가 있고, 투표기간보다 고작 석달 빠르다”고 평가했다.
위험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고만고만한 경쟁작이 많은 가을에 영화를 개봉했다가 박스오피스에서 밀려난다면 선정위원들이 그 영화를 아예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심각한 영화들은 9월과 10월 개봉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깃발>을 마케팅하는 드림웍스의 테리 프레스는 “이 영화는 매우 심각하고 보기에 쉽지가 않다. 휴가 기간에 이런 전쟁과 죽음과 폭력을 담은 영화를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