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사랑 고백은 몸무게를 타고~ <미녀는 괴로워> 촬영현장
2006-10-11
사진 : 이혜정
글 : 문석

9월22일 밤 한강 난지캠프장 인근 서울요트클럽에 차려진 <미녀는 괴로워>(제작 리얼라이즈 픽쳐스, KM컬쳐) 촬영장. 리허설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김용화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 공간인 식탁 아래 쭈그려 앉아 있었다. 잠시 뒤 이날의 주인공이 등장하니 그는, 아니 그것은 하얀 말티스 강아지다. 이윽고 감독의 슛 사인이 떨어지자 주진모와 마주앉아 있던 김아중은 강아지를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강아지는 김아중의 무릎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마구 엉기기 시작한다. 저런저런, 강아지와 영혼이 ‘체인지’됐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할 무렵, 감독은 “컷”을 외친다.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 작가 스즈키 유미코의 만화를 기본으로 하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다른 영화다. 엄청난 비만여성이 대대적인 성형수술을 마친 뒤 놀라운 미인이 된다는 설정은 똑같지만, 이후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에 집중하는 원작 만화와 달리 영화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뤘다고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날 촬영분은 성형미인 한나(김아중)가 평소 흠모해왔던 상중(주진모)의 집을 찾아가 애정을 고백하려는 장면. 하지만 한나는 상중네 강아지 때문에 좀처럼 뜻을 펴기 어렵다. 강아지의 ‘연기력’과 집중력이 워낙 결정적인 장면인지라 이날 촬영은 더디게, 그리고 하염없이 반복됐다.

발랄한 로맨틱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촬영이 70회차였을 정도로, <미녀는 괴로워>는 손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다. 한나를 가수로 설정했기 때문에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대형 콘서트 장면을 찍어야 했고, 김아중의 ‘뚱녀’ 분장에도 시간이 많이 들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미국 특수효과팀이 만든 실리콘 ‘살’을 주렁주렁 매달고 연기해야 했던 김아중의 분투가 아니었다면 촬영이 더 늘어졌을지도 모른다는 게 제작진의 이야기. <미녀는 괴로워>는 12월 중순 개봉예정이다.


“지금의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용화 감독

- <미녀는 괴로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2002년인가,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초고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영화사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 브라더스>를 찍게 됐다. 그 뒤에도 시나리오는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언젠가 술집에 갔다가 뚱뚱한 외모의 여가수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삶을 죽 털어놓으면서 하소연을 했는데, 너무도 생생했다. 그때부터 이야기를 구상했고 영화사도 마음에 들어했다.

- 여성의 내면을 담는 영화인데, 남성으로서 힘들지 않았나.
= 아니, 나 자신도 잘 모르는데 여성의 내면이라니…. (웃음) 여자의 마음이라… 진짜 모르겠다. 그래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여성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게 중요하다.

- 배우들 앞에서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감독의 첫 덕목은 연기를 잘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거울 앞에서 직접 연기를 해본다. 한줄 쓰고 나서 연기해보고 한다. 사실 배우들에게 내 연기 자체를 보라는 것이라기보단 내 눈을 보라는 것이다.

- 이 영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 지금의 것을 버리고 다른 무언가가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바라던 것일지라도 과연 행복한 일인지 묻고 싶다. 지금의 것으로도 행복한 게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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