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전문가 100자평] <거룩한 계보>
2006-10-10

고스톱 용어에 '사사구통'이란 말이 있다. 멍따 4장, 띠 4장, 피 9장으로 모아놓은 패는 많은데, 하나씩 패가 모자라서 점수가 안나는 경우를 뜻한다. <거룩한 계보>는 딱 그짝이다. 코미디로도, 액션으로도, 또는 조폭영화로도, 탈옥영화로도 영 '안난다'. 가령 탈옥영화 <광복절 특사>, <홀리데이>, 오른팔이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달콤한 인생>, 아예 탈옥해서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강적> 등 어떤 것과 비교해도 더 재미있거나 진지하거나 멋지거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조폭사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려 한다는 데 있다. 영화 <친구>가 제목과는 반대로 '우정 없음'을 일갈하였고, <비열한 거리>가 '의리있는 조폭영화'를 통째로 비웃은 이 판국에 다시금 조폭사회의 우정과 의리를 찾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장진식 유머 혹은 휴머니즘으로 보기도 난감하다. 영화는 장진 특유의 썰렁 유머나 유의미한 풍자성도 별반 담아내지 못한다. 그저 황당무계한 사고로 탈옥한 조폭이 찐한 우정에 힘입어 보스를 작살내는 과정을 사뭇 '지루하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런닝타임이 무지하게 길게 느껴진다. -황진미/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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