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내일의 소년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2006-10-13
글 : 최하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ys of Tomorrow
노동석/한국/2006/93분/한국영화의 오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신이 없어요, 그런데.” 서투른 순수함으로 가득한 청춘은 냉혹한 세상의 벽에 부딪혀 신음한다.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카드빚의 늪에 빠진 청춘을 직시했던 노동석 감독은 다시 한번 신열과도 같은 젊음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이하 <우리…>)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기수(김병석)와 그를 친형처럼 따르는 종대(유아인)의 이야기다. 기수는 드러머를 꿈꾸지만 현실의 무게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세상을 향한 불안감에 휩싸인 종대는 뒷골목을 배회하며 총을 구하고자 한다. 자신을 유혹하는 김사장의 손에 넘어가 안마 시술소에서 일하게 된 종대는 한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고’를 저지른다.

3천만원의 예산으로 제작됐던 <마이 제너레이션>과 비교할 때, <우리…>는 제작의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연출 역시 한결 안정되고 세련돼졌다. 김사장과의 극적인 대립각은 또렷한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그 안에는 사랑, 꿈, 우정과 같은 ‘대중적’ 코드들이 얽혀있다. 하지만 현실을 향한 시선은 무뎌지지 않았다. <마이 제너레이션>에서 카드깡의 세계를 대표했던 종로의 뒷골목은 무기 밀거래의 무대인 을지로의 골목길로 이어지고, 평온해 보였던 일상은 어느새 숨막히는 미로가 된다.

<우리…>는 결정적인 파국을 맞이 하지만, 동시에 결말을 통해 희망을 암시한다. <우리…>의 영문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Boys of Tomorrow>, 즉 ‘내일의 소년들’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아니 내일은 있다. 그 어딘가를 향해 펼쳐진 길 위에서 잠시 막을 내린 청춘. 그들의 다음 여정을 그려나가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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