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전쟁을 통해 변화하는 인간의 내면, <플랑드르>
2006-10-13
글 : 이다혜

<플랑드르> Flanders
감독 브루노 뒤몽/ 프랑스/ 2006/ 92분/ 특별전-프랑스 동시대 작가들, 월드 시네마

"영화는 한 군인을 사막에 놓는 것만으로 전쟁을 암시할 수 있다. 내 작업은 암시하는 것이다. 확실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브루노 뒤몽 감독은 <플랑드르>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뒤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나열이 아닌 상징과 암시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플랑드르>에서는 많은 것이 모호하다. 감독의 시선은 자세한 설명 없이 시선을 푸르른 플랑드르의 초원에서 까끌까끌한 모래먼지가 입안 가득 느껴지는 듯 황량한 사막으로 두 청년을 옮겨놓고 지켜본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쳐다보는 것처럼 조용히 관찰하되 간섭하지 않고, 주인공은 멀뚱한 얼굴로 주어진 상황에 그저 순응한다.

드메스테르는 플랑드르에 살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바르브를 좋아하지만 정작 바르브는 드메스테르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두 남자는 군대에 자원해 전쟁터로 떠나게 되고 바르브는 뒤에 남겨진다. 드메스테르는 고향 플랑드르의 풍성한 녹색 아름다움을 떠나 온통 모래와 사막뿐인 전쟁터에서 잔혹한 전쟁의 현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바르브에게서 아이를 가졌다는 편지가 전장에 도착한다.

<플랑드르>가 전쟁을 통해 변화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리는 방식은 감정을 낱낱이 드러내는 대사나 격정적인 표정 변화에 있지 않다. 오히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드메스테르가 사랑하는 바르브와 정사를 나눈 뒤 표정이나 그가 전쟁터에서 적국의 여자를 동료들과 함께 윤간한 뒤 짓는 표정에는 차이가 없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그를 둘러싼 풍경 뿐이다. 이러한 혹독한 건조함이 <플랑드르>를 브루노 뒤몽의 영화로 만든다. <플랑드르>는 브루노 뒤몽에게 99년 <휴머니티>에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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