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로드무비라를 넘어 온전한 길의 영화, <반달>
2006-10-14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반달 Half Moon
바흐만 고바디/이란/2006/90분/아시아 영화의 창

<반달>은 쿠르드족 음악가 부자(父子)의 여행을 담았던 바흐만 고바디의 2002년작 <고향의 노래>로부터 이어지는 듯한 영화다. 이란의 저명한 쿠르드족 음악가 마모는 버스에 열네명의 아들들로 이루어진 밴드를 태우고 사담 후세인의 몰락을 축하하는 콘서트를 열기 위해 이라크로 향한다. 그러나 길은 순탄하지 않아 곳곳이 검문소고, 이 아들 저 아들이 제각기 말썽을 피운다. 마모는 추방당한 여가수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들러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헤쇼를 찾아내지만, 버스에 숨어 여행하던 그녀는 이란 경찰에게 끌려가고 만다. 이란은 여성이 노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를 잃어버린 마모는 그만 돌아가자는 아들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여행을 계속한다.

“나는 점점 시나리오를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던 바흐만 고바디는 <반달>에서 섬광처럼 찾아오는 마모의 환상으로 미래를 혹은 소망을 표현하고, 목소리로 죽은 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신비한 여인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반달>은 그의 영화가 늘 그랬듯 그저 길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한 영화처럼 보인다. 네 나라의 국경지대에 모여 사는 쿠르드족에게 길로 이루어진 접점이란 언제나 죽음과 만남, 일어나선 안되는 비극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달>은 로드무비라는 장르를 넘어, 그저 온전한 길의 영화다. 죽음을 예감하는 늙은 음악가가 동족을 만나기 위해 이라크로 향하는, 노래를 빼앗긴 여가수들의 비가가 흐르는 길. 마모가 폐허 위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는 여가수들 사이를 통과하는, 문득 시간이 속도를 늦추는 듯한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의 하나일 것이다. 쿠르드족 특유의 소란스러운 말투와 유머와 노래도 언제나처럼 당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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