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삶과 믿음에 관한 물음표, <개미의 통곡>
2006-10-16
글 : 이다혜

<개미의 통곡> Scream of The Ants
모흐센 마흐말바프/ 2006/ 이란, 인도, 프랑스/ 91분/ 아시아 영화의 창

한 여자가 철로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의 두 눈 위에는 장갑이 놓여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기차를 세우고 기차에 탄다. 기차에 탄 두 사람은 신과 종교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인도를 여행중인 이 이란 커플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남자는 신의 존재에 회의적이지만 여자는 신의 존재를 굳게 믿는다. 그들이 인도를 여행하는 이유는 여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전능한 이'를 찾아서였다. 신혼여행길에서 두 사람은 신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상념에 잠긴다.

여자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인도 기자에게 자신들이 '전능한 이'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의 안내로, 두 사람은 눈으로 기차를 세우는 기적을 행하는 바바를 찾아간다. 과연, 기찻길 한 가운데 앉은 바바는 눈으로 기차를 세운다. 하지만 기적은 없다. 철길 위에 앉은 바바를 치지 않기 위해 기관사가 기차를 멈출 뿐이다. 기차가 멈추면 주민들이 기차로 몰려가 구걸할 수 있기 때문에 바바는 인질로 잡혀 있다. 남자는 바바를 구하려고 하지만 성난 주민들에게 몰려 결국 바바를 내주고 만다. 두 사람이 싸운 어느날 밤, 남자는 길에서 만난 창녀의 집으로 가 술에 취해 황소 동상을 숭배한다.

구원은 있는가.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두 남녀의 대화를 통해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전능한 이'가 구원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여자는 고민한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 개미들이 발에 밟혀 죽는다. 그 개미들의 외침을 신은 듣고 있는가. 3백만의 신이 있음에도 죽는 순간까지 빈부의 격차를 느껴야 하는 인도에서 그들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개미의 통곡>은 삶과 믿음에 관한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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