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땅을 잃은 농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돌산>
2006-10-16
글 : 이다혜

<돌산> Stone Mountain
두 하이빈/ 2006/ 중국, 한국/ 123분/ 와이드 앵글-아시아 다큐멘터리4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도시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대도시는 점점 더 커져야만 한다. 도시 외곽은 강박적인 개발 물결에 휩쓸린다. 그렇다면 도시 외곽에 살던 농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땅값이 올라 돈방석에 앉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는 나라, 중국의 농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두 하이빈 감독의 <돌산>은 땅을 잃은, 다시 말해 모든 것을 잃은 농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은 푸른 채소를 가꾸는 대신 회색의 채석장에서 일한다.

영화는 돼지머리를 빈약한 상에 얹고 고사를 지내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베이징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화강암이 많은 돌산이 있다. 카오 형제와 위, 그리고 장. 이 네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땅을 빼앗긴 농부다. 40대의 나이, 이들은 오로지 수작업으로 채석에 나선다. 이 화강암은 베이징의 고급 주택재로 쓰인다. 네 남자는 틈이 날 때면 화강암에 홈을 파는 끌을 날카롭게 단련하는데, 몸의 수십 배에 달하는 크기의 돌을 쪼개려니 몸이 성할 리가 없다. 외딴 이 채석장에서 그들의 몸을 달래주는 것은 파스 뿐이다. 누군가가 돌산에서 일하다 굴러떨어져 죽을 뻔 했다던가, 뇌물을 수수하는 정부에 항의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체념어린 이야기들만이 이들 사이를 오간다. 추위는 가혹하게 이들의 너덜거리는 신발과 구멍난 바지틈을 파고든다. 눈을 뜨면 압도적인 규모의 돌산이 휑하니 이들 앞에 서 있고, 이들은 계속 돌산에 오른다. 이나마도 불법이지만, 고소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프면, 굶어 죽어야 한다.

<돌산>은 나레이션 대신 이따금 검은 화면에 가득한 글씨로 이들의 상황을 알려줄 뿐이다. 두 하이빈 감독은 등장인물들 스스로가 이야기를 끌어가게 만든다. 땅을 잃은 농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 문제에 대한 감독의 대답은, '그저 지켜보라'는 것이다. 더 이상의 첨언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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