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센터가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평통사)의 평화영화제 개최를 허락했다가 평택 관련 영화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 급작스럽게 불허를 통보했다. 문제의 영상물은 정일건 감독의 다큐멘터리 <대추리 전쟁>.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한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고통을 포착한 <대추리 전쟁>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평통사는 10월26일부터 4일간 열릴 영화제를 준비하던 중 지난 6월 인권보호센터에서 인권영화제가 열린 사실을 접했다. 8월 말부터 담당자를 만났고 공문과 추천서를 발송한 뒤 서너 차례에 걸쳐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9월28일 인권센터는 갑자기 장소 사용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팩스로 발송했다. 담당자는 허락 사실 자체를 부인했고 센터책임자 센터장은 “평택 이야기를 다룬 영상물이 부담스럽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중단을 위해 활동한 평통사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평통사는 인권센터에 약속을 지킬 것을 수차 요구했으나 센터쪽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거절했다. 황윤경 평통사 사무국장은 “이 사실을 알리려고 기자회견을 준비한 10월11일경부터 센터쪽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잦은 연락을 했다”고 한다. 센터쪽은 “<대추리 전쟁>이라는 상영물을 제외하면 원래대로 그 장소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일을 고려해보겠다”고 회유했다. 이를 거절한 평통사는 10월12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경찰청 앞에서 벌어진 시위현장에서도 경찰은 전경 300여명을 동원해 평통사쪽과 기자들을 에워싸고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향후 평통사는 “1인 시위, 영화제 직전 <대추리 전쟁>의 야외상영 등의 방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찰청 인권센터의 행동에 항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