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인간의 고독과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빚어내는 공허함 <4:30>
2006-10-18
글 : 최하나

4:30 4:30
로이스톤 탄/싱가포르/2005/93분/아시아 영화의 창

새벽 4시30분. 11살 소년 샤오우에게 그것은 하루의 절정이자 희열의 순간을 의미한다. 혼자 살아가며 사람과의 접촉에 목말라하는 그는 매일 4시30분에 일어나 같은 아파트에 세들어 살고 있는 한국인 아저씨 정을 찾아간다. 방을 뒤져 소지품을 훔치기도 하고, 옆에 누워 핸드폰 사진을 찍는 등 몰래 정과의 인연을 소망하던 소년은 어느날 그의 자살 시도를 목격한다.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샤오우는 정의 관심에 행복해한다.

<4:30>은 로이스톤 탄 감독의 2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15> <컷> 등 MTV풍의 현란한 색감과 영상미를 강조하는 단편으로 주목받은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정반대의 스타일을 택했다. 사운드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고 무성영화처럼 전개되는 영화는 정서의 기류를 대사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조금씩 구축해나간다. 한국어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남자를 보며 소년은 눈물을 흘리고,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키는 소년 앞에서 남자는 다시 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소년에게 담배를 건네고, 소년은 남자를 위해 오렌지 쥬스를 만든다.

보일듯 말듯 두 사람을 이어주던 작은 연결의 고리들은 그러나, 현실의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잔잔하고 서늘한 빛으로 펼쳐지는 <4:30>의 화폭을 채워넣는 것은 따뜻한 소통의 마법이 아닌,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끝내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빚어내는 공허함이다. 붙잡을 수 없는 순간을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시계를 4시30분에 맞추는 소년의 말없는 몸부림처럼, 영화는 절제된 언어를 통해 깊고 진한 슬픔의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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