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하나>는 18세기 도쿠가와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무라이극이다. 주로 동시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적인 필치로 그려냈던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러한 선택에 의아함과 동시에 궁금증을 느낄 것이다. 작품을 향해 쏟아낸 질문들에 쉽게 대답을 내주지 않고 생각에 잠기곤 했던 고레에다 감독은 느리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등 주로 동시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던 당신에게 시대극은 큰 변화로 느껴진다.
=무거운 작품들을 계속 만들어왔다. 다큐멘터리가 나의 출발점이어서 그런지, 예전에는 연극같지 않은 사실적인 느낌의 영화를 선호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완벽한 픽션을 가볍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나>는 죽음과 복수로부터 출발하지만, 그것을 점차 삶에 대한 애정으로 바꿔 나간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9·11테러가 커다란 계기였다. 사건 자체도 비극이었지만, 그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증오심과 복수심이 만연하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그것에 대해 무언가 발언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사무라이극이지만, 영웅의 존재나 현란한 검술 장면 등 흔히 기대하기 마련인 요소들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액션만이 사무라이극의 전부가 아닌데, 요즘 영화들이 단지 그런 것만을 강조하는 추세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지금 무사도 정신이 국가의 정체성인양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반발 심리가 있었다. “사무라이가 실제로는 그렇게 멋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웃음).
-<하나>에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됐다. 캐릭터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축하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하나>의 경우, 주인공을 매우 나약한 남자로 설정한 후, 그를 이용하거나 이해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만들었다. 주인공과 맺는 관계를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낸 셈이다. 또 이야기의 결말을 먼저 생각한 후, 그것을 향해가는 과정을 조금씩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오카다 준이치, 미야자와 리에, 아사노 다다노부 등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어떠한 기준으로 캐스팅했나.
=복수라는 무거운 모티브를 다루면서도, 작품에 유머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코믹한 느낌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차기작을 구상중인가. 있다면 설명을 부탁한다.
=간단히 말해서 절실한 러브 스토리고, 일본 배우가 아닌 아시아의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상은 말해줄 수가 없다. 미안하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