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식민지 군대를 위한 영화 <영광의 날들>
2006-10-1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영광의 날들 Days of Glory
라쉬드 부샤렙/프랑스, 알제리, 모로코, 벨기에/2006/120분/월드시네마

제2차 세계대전에 복무했던 북아프리카 식민지 군대는 가장 위험한 전투에 투입되었고 프랑스의 해방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그들의 공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잊혀졌다. 프랑스 군대의 길을 터주어야만 했던, 그리하여 그들보다도 많은 생명을 바쳐야했던 군대. <영광의 날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채 역사의 책장 사이에 파묻혀버린 갈색 피부의 군대를 위한 영화다.

알제리계 프랑스인 감독 라쉬드 부샤렙은 알자스 전투에 참전했던 식민지 군인들을 인터뷰하여 과거를 다큐멘터리로 되살린 듯한 영화를 만들었다. 1943년 알제리 청년 사이드는 조국 프랑스를 구하자는 구호에 고무되어 북아프리카 식민지 국민으로 구성된 군대에 자원한다. 그 부대의 하사관 마르티네즈는 어머니가 북아프리카 출신이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병사들을 모질게 괴롭히는 인물이다. 식민지 출신도 노력만 하면 장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압델카데르, 성격이 불같은 야시르,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과 사랑에 빠진 메사우드 등은 독일군이 점령한 알자스의 어느 마을로 파견되어 프랑스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들은 행군 도중 매복을 만나 대원 대부분을 잃지만 지휘권을 인계받은 압델카데르는 행군을 계속한다.

<영광의 날들>은 실제 식민지 군대의 자취를 따라 격전지로 악명높은, 노르망디와 얼어붙은 동부전선을 지나, 독일군 점령하에 있던 알자스에 이른다. 사이드의 소대는 말도 안되는 열세를 감수하며 마을을 지켜냈지만, 프랑스 국기를 꽂고 승리를 기념하며 사진을 찍는 군인들은 모두 하얀 피부의 프랑스 인들이었다. 모래알이 서걱거리는 듯한 <영광의 날들>은 그 작은 자리조차 갖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추모곡이자 변하지 않은 현실을 일깨우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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