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외출>은 오로지 마릴린 먼로의 영화다. 원작 브로드웨이 무대의 주인공 톰 이웰은 물론 거장 빌리 와일더의 이름도 그녀 앞에선 지워진다. 그런데 ‘지하철 송풍구 위 먼로’의 그 유명한 자태가 영화엔 그대로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검열로 인해 다른 많은 대사, 장면과 함께 제한받았던 송풍구 장면은 뉴욕 현장 촬영분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재촬영된 것으로 대체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먼로가 창 너머 그림자로 첫 등장하자마자 그런 나쁜 기억일랑 다 사라진다. 가장 빛나던 시절의 먼로는 100분 내내 남자를 자극하는 요정이었고, 남자는 최면 상태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다. 오죽하면 극중에 ‘금발미녀라면 아마 먼로겠군’이라는 대사가 나오겠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밀회> 때와 전혀 다르게 들리는 건 모두 그녀 때문이며, DVD 음성해설을 진행하는 빌리 와일더 전문가조차 영화의 공을 전부 먼로에게 돌린다. DVD 부록들도 먼로 특집 수준이다. 전설적인 미완성작이자 먼로의 마지막 출연작인 <섬싱 갓 투 기브>가 포함된 ‘먼로의 마지막 날들’(117분)과 다큐멘터리 ‘먼로의 전설’(50분), 영화 뒷이야기(24분), 2개의 삭제장면(4분) 등은 먼로에게 닥친 비극의 기록이어서 영화 속 그녀를 되돌아보게 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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