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맛있는 대결이 시작됐다, <식객> 촬영현장
2006-10-25
사진 : 이혜정
글 : 김수경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드리 노송들 사이로 크레인에 달린 조명이 반짝거린다. 강릉시 운정동에 위치한 전통한옥 선교장. 300년의 세월과 99칸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곳은 영화 <식객>의 촬영현장. 안채로 들어서면 한복을 입은 보조출연자들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요민속자료 5호인 문화재에서 진행되는 촬영이라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날 촬영은 운암정에서 대령숙수의 자리를 두고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가 황복 요리로 경쟁하는 장면. 이 요리 때문에 성찬은 운암정을 떠나 채소장수가 된다. 메가폰을 들고 카메라 근처에서 배우와 스탭을 다독이던 전윤수 감독은 “허영만 선생님의 원작이 일상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 영화는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대결 구도가 강하다”라고 말한다. 음식상이 차려진 안채 주옥은 유일하게 보수의 흔적이 없는 나뭇결이나 러시아 공사관이 선물했다는 청동으로 만든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드라마 <황진이> <궁2>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주옥에 오르는 댓돌에는 잔칫집처럼 신발이 수북이 쌓였다. 정면에는 배우들이 음식을 기다리며 앉아 있고, 오른편에서는 음식팀이 만들어진 음식이 조명에 마르지 않도록 상태를 살피고 젤라틴을 바르느라 부산하다. 실제로 황복회를 만든 요리사가 한복에 가까운 조리복을 입은 채 요리를 건네는 광경이 흥미롭다. 김강우는 “아버지가 사무실에서 원작만화를 스크랩해주셔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개성있는 한국적 캐릭터가 좋았다”고 출연배경을 밝혔다. 마주 선 임원희는 “귀엽고 웃음을 주는 악역이다. 대결과 함께 재미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배역을 설명했다. 촬영분량이 없음에도 홍일점 이하나도 모니터 앞에서 두 남자의 연기를 살피고 있었다. 극중 비디오자키 진수 역을 맡은 그녀가 촬영한 분량이 본편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성찬이 음식을 심사위원들에게 전하고 음식에 대한 시식평이 이어진다. 전 감독은 “이렇게 맛을 표현하는 장면이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음식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일이 <식객>의 관건일 듯하다. 단행본만 54만부가 팔려 국민만화로 여겨지는 허영만의 <식객>을 영화화한 <식객>은 내년 1월이면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한국 음식을 문화로 전달하는데는 영화가 가장 효과적”

<식객>의 김수진 음식감독

<식객>의 꽃은 당연히 음식이다. 김수진 음식감독은 미술 파트의 프로덕션디자이너를 연상시킨다. 그는 <식객>에 등장하는 음식에 관한 모든 것을 총지휘하는 슈퍼바이저다. <음란서생>과 <왕의 남자>에 등장했던 화려한 궁중음식들은 한류음식문화연구원장인 그의 솜씨다. 본격 요리만화 <식객>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4명을 대동하고 현장을 진행 중이다. 이날 쓰인 황복회는 그가 아닌 복요리 전문가의 손길로 만들어졌다. “제가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식객>의 음식을 만든다”고 김수진 음식감독은 배경을 설명했다. 황복은 재료비만 수십만원에 이르는 귀중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각별한 신경이 필요하다. 음식이 빨리 말라붙는 문제를 묻자, “강렬한 영화조명 탓에 음식을 계속 다시 만드는 건 기본이다. 젤라틴을 바르는 것은 화면에 음식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음식대회에서도 젤라틴을 사용하는데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한다. 10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의 종류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그의 작업은 <식객>의 제작에도 중심을 이룬다. 그는 “한국 음식을 문화로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영화를 중심으로 한 영상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영화작업에 대한 자부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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