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오지게 빡센 폭소 한 마당, <마파도2: 동백아가씨> 촬영현장
2006-10-26
사진 : 이혜정
글 : 오정연

마을 입구에 놓인 커다란 돌덩이가 대뜸 눈에 들어온다. ‘마파도 촬영지 동백마을.’ 굽이굽이 꺾인 흙길이며, 저 멀리 서해바다, 들어가서 살 수 있도록 지어진 할매들의 집이며, 그 밑으로 보이는 배추밭까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지난 10월17일. 전남 영광 동백마을에 마련된 오픈세트, 회장댁 앞마당에 둘러앉은 다섯 할매와 두 남정네까지 마주하니, 2년 반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아니, 좀 달라지긴 했다. 다 함께 김치를 담그다가 술자리로 이어지는 장면을 촬영 중인 여수댁(김을동), 마산댁(김형자) 등은 갓 삶은 돼지고기로 푸짐한 보쌈을 만들어 모든 스탭들의 입에 넣어주기 바쁘다. 군복무 중인 이정진 대신 ‘삼순이 전 남친’ 이규한이, 욕쟁이 할매 진안댁(김수미)이 특별출연하는 대신 그 사촌언니 영광댁(김지영)이 합류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멤버가 다시 모인 자리는 전편의 시끌벅적함을 다섯 단계쯤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다.

이들이 재회한 사연은 이렇다. 재벌회장의 첫사랑 꽃님이를 찾는다는 임무를 띠고 동백섬을 찾아나선 충수(이문식)와 길동무 기영이 음주운항을 일삼는 선장 덕에 난파한 외딴섬이 하필 마파도였던 것. 할매들 중에 숨어 있는 소녀 꽃님이를 찾으랴, 또다시 굴러들어온 사내들 부려먹기에 여념이 없는 할매들 등쌀을 견디랴, 전편에서 모든 고생은 혼자 다했던 충수의 고난길은 한층 ‘버전업’됐다는 후문이다.

자연스레 시작된 술자리에 거나한 가무가 곁들여지는 장면을 앵글과 무빙을 바꾸어 거듭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의 연기는 취기가 오르는 듯 점점 흥이 오르고, 감독의 컷 소리가 노랫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웬만해선 한 테이크를 넘기는 법이 없는 방송국 PD 출신 이상훈 감독(<돈텔파파>)은 연기자들에게 최대한의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무한대 애드리브를 허용한다. 오랜 방송 경력을 지닌 배우들 역시 절제를 우선으로 여겼던 전작의 추창민 감독 스타일보다 이러한 방식을 편하게 여긴다고. 관계자들은 추 감독이 잔잔한 휴머니즘을 추구했다면 이상훈 감독은 유머에 강하다고 귀띔한다. ‘오지게 빡센 섬’ <마파도>보다 푸짐해진 <마파도2: 동백아가씨>의 웃음보따리는 내년 상반기에 풀어볼 수 있다.


“2년만의 재회, 너무 반가워요”

<마파도2: 동백아가씨> 분장팀장 박선

<바보> <싸움의 기술> 등을 거친 박선 분장팀장은 <마파도>와 <마파도2…>를 잇는 유일한 주요 스탭이다. 감독이며 PD, 시나리오작가, 촬영감독, 미술감독 등 모든 스탭이 전편과 달라졌지만, 쉽지 않은 노배우와의 친밀감이 가장 중요한 분야가 분장이기에 제작사는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한 것이다.

“1편으로부터 3, 4년 정도 흘렀다는 설정이지만 할머니들의 분장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치매기가 생긴 회장댁만 유일하게 흰머리를 많이 보여줬다는 정도? 어차피 1편 찍을 때로부터 2년 넘게 흐른 시점이기 때문에 배우들 역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약간씩 살도 빠진 상태라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충수다. 1편 때는 <달마야, 서울가자> 직후라서 스포츠 머리였고, 스타일에 신경쓰는 재철(이정진)의 상대역이었기 때문에 멋을 전혀 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컬러링이 들어간 헤어스타일에 콧수염도 길렀다. 경찰을 그만뒀다는 설정에 상대역인 기영이 오히려 내추럴하고 얌전한 캐릭터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은 영화였던 <마파도>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인지 아무래도 <마파도2…>는 더 애착이 간다. 분장팀 막내까지 기억하고 안부를 물어주시는 연기자분들을 다시 만난 것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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