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최악의 전장, 최후 생존자의 대가는 무엇인가, <아버지의 깃발>
2006-11-01
글 : 이다혜

“당신이 내 팔을 고쳐준다면, 내 다리는 내가 직접 찾겠습니다.” <아버지의 깃발> 속 대사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1945년 2월의 일본 이오지마는 2차대전 최악의 전장 중 한곳으로 기록되었다. 미군 3만여명이 이오지마에 도착하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2천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마지막에는 2만48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군 사상자 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섯명의 미군이 이오지마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사진의 이미지는 신문, 잡지, 역사서, 영화, TV쇼 그리고 동상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재생산되었고, 미 정부가 군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버지의 깃발>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각색되었다. 책의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브래들리는 이오지마에 성조기를 꽂은 여섯 병사 중 한 사람이자 그들 중 최후의 생존자인 존 ‘독’ 브래들리의 아들로,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가족을 인터뷰한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이오지마 전투에 숨겨진 이야기와 미스터리들을 숨가쁜 속도로 써내려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판권을 가지고 있었던 이 책의 영화화를 원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04년 아카데미 수상식이 끝난 뒤 ‘공동제작,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크래쉬>를 쓰고 연출한 폴 해기스가 시나리오 작업에 뛰어들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아버지의 깃발>에서 “이오지마 전투에서 영웅이라고 불리게 된 사람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는 무엇인가”의 문제를 다룬다. 숨막히는 전투신이 등장하지만, 전투의 박진감과 승리의 흥분이 영화의 중심에 있는 게 아니다. 사진의 주인공 중 피칠갑의 전투에서 살아남아 귀환한 세 병사들, 존 ‘독’ 브래들리(라이언 필립), 아이라 헤이스(애덤 비치), 르네 가뇽(제시 브래드퍼드)의 이야기는 영웅으로 그들을 추앙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서서히 갈래를 나누어간다. 전사한 동료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죄책감과 전쟁의 상처를 잊지 못해 알코올 중독에 빠져드는 인디언의 후예인 헤이스 이야기는 1961년 토니 커티스에 의해 <아웃사이더>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이 영화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현재 이오지마 전투를 일본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후반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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