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는 저널리스트 지망생이었다. 팔자에도 없는 패션잡지 <런웨이>에, 그것도 부하직원을 못잡아 먹어 안달인 미랜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입사하긴 했어도 <뉴요커> 기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는 끝까지 놓지 않는다. 잡지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런웨이>와의 공통점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뉴요커>. 삭스에게 꿈의 직장이었던 <뉴요커>는 어떤 잡지인지 이번 기회에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뉴요커>는 1925년 2월17일 해럴드 로스와 그의 아내이자 <뉴욕 타임스> 기자였던 제인 그랜트가 창간한 미국 잡지다. 기본적으로 주간지지만 2주 동안의 기사를 모두 모은 합본호를 1년에 다섯 차례 발간한다. ‘뉴욕에 사는 이들’(The New Yorker)이라는 잡지명처럼 뉴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과 생활상을 주로 다룬다. 단편소설, 문학·미술 비평, 수필, 시, 르포르타주, 만화 등을 싣는데 특히 대중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평,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종 기사와 인기있는 연재만화로 정평이 나 있다.
오랫동안 고급 잡지로 이름을 날린 만큼 <뉴요커>가 배출한 작가층은 무척 두텁다. 일례로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열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카포티>의 트루먼 카포티 역시 <뉴요커> 출신. <티파니에서 아침을> <인 콜드 블러드> 등의 저자이며 최초의 팩션 작가인 카포티는 예술 부서에서 일했는데 과감한 커밍아웃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미도서상을 받은 <켄타우루스>를 비롯, <비둘기의 깃털> <커플스> 등 넓은 진폭의 글을 남겨온 존 업다이크 또한 1955년부터 2년간 <뉴요커>에 몸담았었다. 이밖에도 <뉴요커>는 J.D.샐린저, 앨리스 먼로, 무라카미 하루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9·11 사태 직후 <해석을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를 집필한 수잔 손택이 테러리스트를 ‘겁쟁이’라 명명한 미국인을 비판하는 기사를 선보인 곳도 바로 <뉴요커>였다. 이만하면 앤드리아 삭스가 <런웨이>를 마다하고 달려갈 까닭을 알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