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인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인가. 십대 소년의 유괴·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알파 독>이 민감한 법정분쟁에 휘말리면서 개봉날짜를 늦추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닉 카사베츠가 감독한 <알파 독>은 최연소 마약거래범이자 로스앤젤레스의 십대 소년 니콜라스 마르코비츠를 유괴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제시 제임스 할리우드 사건을 각색한 영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루스 윌리스, 샤론 스톤이 출연한 <알파 독>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모두 바꾸었다.
이 영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3년 동안 도피생활을 한 끝에 2005년 브라질에서 체포돼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할리우드가 아직 판결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의 변호사 제임스 블랫은 “<알파 독>을 봤는데 할리우드를 극히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그가 범인이라고 믿을 것”이라면서 개봉예정일인 1월27일에 <알파 독>을 개봉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작사인 유니버설과 감독, 출연진은 모두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법원은 전통적으로 수정헌법 제1조 편을 들어왔다. 그 때문에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미식축구 O. J. 심슨 사건, 대부호인 부모를 살해한 메넨데스 형제 사건 모두 판결 이전 영화화되어 개봉까지 됐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역의 배우(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너무 잘생겼다”는 평판을 얻고 있는 <알파 독>이 개봉한다면, 편견을 가지지 않은 배심원단을 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는 것이 언론의 예측이다. 조지아주립대학 법학교수 마이클 랜도는 “이 사건은 헌법에 명시된 권리가 충돌하는 고전적인 예다. 아마도 흥미로운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마르코비츠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샌타바버라 지방법원 검사 론 조넨이 경찰수사자료와 극비기록 등을 <알파 독> 제작진에 제공한 혐의로 해고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블랫은 지금껏 수정헌법 제1조와 맞붙어 이긴 전례가 거의 없는데도, 이 재판에서 샌타바버라 지방법원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다.
<LA타임스>는 블랫이 승산없는 소송을 시도하고 조넨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것에 관해 법조인이 연예인화되고 있는 세대의 특징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책으로 써서 팔고 명성을 얻기 좋은 소재라는 것. 현재 할리우드를 제외한 공범과 종범 네명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할리우드도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사형을 언도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