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순간>의 맥스(러셀 크로)는 런던 증권가에서 일하는 비지니스맨이다. 삼촌 헨리가 프로방스의 와인농장과 저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맥스는 그길로 프랑스 여행에 나선다. ‘프로방스’(Provence)라는 이름은 흔히 야트막한 초목이 펼쳐진 아름다운 산등성이와 뛰노는 양떼들, 목동, 수줍은 소녀 등을 떠올리게 한다. 만화영화를 즐겨본 이들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하이디가 뛰노는 알프스 산맥이 독일령인데 반해, 프로방스는 부슈 뒤 론, 바르, 바스잘프, 보클뤼즈, 알프 마리팀 등이 포함된 프랑스 남동부를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원래 로마의 영토였던 프로방스는 동쪽으로는 알프스와 이탈리아, 서쪽으로는 론강, 남쪽으로는 지중해와 맞닿아 있다. 이같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곳에는 비옥한 토양부터 소택지까지 다양한 지형이 동시에 존재한다. 알프스, 모르, 에스테렐 같은 산맥과 접하는 등 유난히 산이 많아 이곳 주민들은 일찍이 양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보여 곡물, 포도 등도 많이 재배한다. 맥스가 하필이면 프로방스의 와인농장을 물려받은 것은, 그러므로 우연이 아니다. <프렌치 키스>에서 뤽(케빈 클라인)과 케이트(멕 라이언)가 머무는 포도원 역시 프로방스에 있을 만큼 이 지역은 포도와 와인의 산지로 매우 유명하다.
달콤한 와인의 향취 때문일까. 프로방스는 주로 소탈한 낭만이 숨쉬는 꿈결 같은 장소로 묘사되곤 했다. 프로방스를 그린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 남프랑스 출신인 도데는 많은 작품 속에서 프로방스에 대한 강한 애착을 토로해왔지만 특히 <별>은 목동의 천진한 목소리가 프로방스의 자연과 잘 어우러져 더욱 눈길을 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중략) -저 숱한 별 중에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