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사회 풍자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농담 섞인 백일몽 같은 스파이크 리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는 저항할 수 없는 제목을 가졌지만 제멋대로에 억지로 고상한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체격 좋은 흑인 여피이자 하버드 MBA 출신인 존 헨리 암스트롱(앤서니 매키)은 회사 기밀을 폭로한 대가로 해고당하고, 1만달러씩 받고 레즈비언들과 자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가 누구를 폭로해? 그녀가 뭘 싫어한다고? 그의 키 작은 상사가 사무실 창문으로 투신했을 때 ‘암스트롱’- 1940년대 전형적인 미국 소년의 이름- 은 자신이 근무하는 거대 제약회사가 가짜 에이즈약을 만들어 수천억달러를 벌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걸 폭로하자 직장을 잃고 은행 계좌도 동결된다. 그의 운명은 여기서 전환을 맞는다. 존의 옛 여자친구 파티마(케리 워싱턴)와 그녀만큼 섹시한 그녀의 여자친구 알렉스(다니아 라미레즈)는 어느 날 저녁 그의 아파트에서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을 한다. 둘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하고 싶다며, 대가로 그에게 돈을 지불하겠단다. 존은 말이 막혀 외친다. “너희들은 레즈비언이잖아.” “우린 사업가들이야.” 둘이 함께 대답한다.
사실 똑똑한 파티마는 꺼려하는 존을 곧 레즈비언 전용 매춘업으로 내보내고 존은 비아그라를 뽑아 먹으며 수요를 충당한다. 어떤 전설적인 흑인 판타지 배역들도 이 인물에겐 못 당하리라. 스파이크 리 감독의 주인공은 하룻밤에 다섯 여성들을 상대할 수 있고 정자는 매번 백팔백중이다. 만족한 고객인 마피아 공주 모니카 벨루치가 외친다. “당신 정자가 내 난자를 딱 찍었어.”
스파이크 리와 마이클 가넷이 쓴 <그녀는 날 싫어해>는 코미디영화지만 빌 코스비가 아니라도 흑인 코미디언이라면 이 정도 영화는 성공적으로 찍을 법하다. 하지만 감독은 매키가 연기하는 주인공 배역을 매 장면 풀이 죽어 있게 함으로써 자신의 과열된 판타지 이야기에 직접 찬물을 끼얹는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는 날 싫어해>가 영화의 도착성을 도착적으로 이루어내는 방법이다. 수정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장면 대신 스파이크 리가 차라리 자신의 정체성과 초자아간의 갈등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존의 우울증에 사슬이 묶여 <그녀는 날 싫어해>는 유치한 교훈에서 우울한 희극으로 갈팡질팡한다. 스파이크 리는 존의 이야기를 민주당 본부에 침입한 강도들을 보고했다가 삶을 망친 워터게이트 호텔 경비원 프랭크 윌스의 이야기와 섞는다. 주인공을 더 눌러놓으려고 했는지 스파이크 리는 높은 목소리를 지닌, 서로 맞지 않는 부부(로네트 매키와 짐 브라운)인 부모를 악몽처럼 등장시킨다.
영화 내 출산, 국회 조사, 반부시 여담과 권투선수 조 루이스의 많은 사진들과 함께 <그녀는 날 싫어해>는 스파이크 리가 항상 보여주는 소동을 여한없이 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전의 어느 영화들보다 별나게 정신분열적이다. <그녀는 날 싫어해>는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휠체어에 앉아 인생의 괴이함들을 받아들이고 웃어넘기는 존의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떠들어대지 않았다면 말문이 막히는 대신 행복한 결말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