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사냥철 야생동물들의 대반격, <부그와 엘리엇>
2006-11-08
글 : 김도훈

<부그와 엘리엇>은 종이 다른 두 동물 친구, 체격만큼이나 느긋한 성격의 곰 부그(마틴 로렌스)와 촐랑대는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슴 엘리엇(애시튼 커처)의 이야기다. 산악관리인 베스에 의해 키워진 탓에 야성을 잃은 부그는 어느 날 잔인한 사냥꾼 쇼(게리 시니즈)에게 쫓기던 엘리엇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말 많은 엘리엇은 곧 “집보다는 야생이 훨씬 짜릿하다”는 말로 부그를 유혹하고, 부그는 평생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자연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애완곰 부그에게 TV도 냉장고도 없는 야생은 그저 무시무시하게 배고픈 장소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살육이 허용되는 사냥철(Open Season)이 돌아오고야 만 것이다.

가끔은 3D애니메이션 스토리 작가들이 같은 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부그와 엘리엇> 또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여러 번(<헷지> <마다가스카> <와일드>) 변주된 ‘야생과 문명 사이의 동물’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니 “3D애니메이션계에서도 평범하게 중간만 가는 게 무슨 법칙처럼 되어버렸다”며 한숨을 쉬는 몇몇 미국 언론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각각의 변주곡에도 독창적인 흥밋거리는 있는 법이다. <부그와 엘리엇>은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도 꽤 맛깔난 변주곡을 만들어낸 모양으로, <버라이어티>는 “인간에 의해 길러진 동물들이 야생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이전에도 많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래도 위트넘치는 <부그와 엘리엇>은 소니 애니메이션부의 데뷔작으로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 <부그와 엘리엇>의 가장 커다란 의의는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3D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이다. 제작기간 4년, 제작비 8500만달러가 소요된 <부그와 엘리엇>은 그간 디즈니와 픽사, 드림웍스와 PDI 스튜디오, 블루스카이스튜디오가 사이좋게 갈라먹은 3D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제몫을 요구하는 소니의 도전이다. 시장의 환대는 그럭저럭 달콤해, 지난 9월29월 전미 개봉한 <부그와 엘리엇>은 개봉 주말에만 23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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